AT마드리드 신예 오블락도 ‘철벽’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전설적인 감독 빌 샹클리가 남긴 말을 실감케 한 경기력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과 8강에서 한국에 각각 무릎을 꿇으며 쓴맛을 다셨던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37)과 이케르 카시야스(스페인·34)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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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열린 2014∼201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 두 경기에서는 수문장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유벤투스의 ‘거미손’ 부폰과 레알 마드리드의 ‘태양’ 카시야스, 그리고 신성 AT마드리드의 잔 오블락(22)까지. 세계 최고의 골잡이들이 골문을 두드렸지만 이들은 끝내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세계 골키퍼의 양대산맥인 부폰과 카시야스는 나이를 잊은 순발력으로 선방쇼를 펼쳤다.
유벤투스(이탈리아)는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UCL 8강 1차전에서 비달의 페널티킥 골에 힘입어 1-0으로 AS 모나코(프랑스)를 물리치며 4강 진출 고지를 선점했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부폰이다. AS모나코는 경기 초반부터 역습을 통해 좌우 측면을 공략하면서 유벤투스 수비진을 흔들었지만 번번이 부폰이 버틴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다. 부폰은 전반 9분과 10분 모나코의 페레이라 카라스코(22)의 강력한 슈팅을 막아냈다. 후반 8분 베르나르두 실바(21)의 왼발 강슛마저 반사적으로 쳐낸 부폰은 이날 모나코가 시도한 5개의 유효슈팅을 모두 걷어냈다.
부폰은 1995년 이탈리아 파르마 FC에서 프로에 입문해 2001년 이적한 뒤 현재까지 줄곧 유벤투스맨으로 뛰고 있다. 2006년 팀이 승부조작 파문 속에 세리아B로 강등됐지만 부폰은 끝까지 남아 2007년 승격을 이끈 의리의 사나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정상에 올려놓은 그가 이루지 못한 단 한가지가 UCL 우승이다. ‘빅 이어’(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컵)를 품에 안기 위해 부폰은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같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AT마드리드(스페인)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마드리드 더비’는 0-0 헛심 공방을 벌였지만 양 팀 골키퍼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전반 37분 레알 마드리드 수비 실수에 이어 나온 AT마드리드 앙트완 그리에츠만(24)의 터닝슛을 카시야스는 몸을 날려 잡아냈다. 후반 44분 카시야스는 AT마드리드의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슛을 선방하면서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했다.
카시야스는 1999년 프로에 데뷔한 뒤 레알 마드리드 한 팀에서만 골문을 지키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 UCL 결승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해 팀을 패배 위기로 몰았지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덕분에 기사회생했다. 카시야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케일러 나바스(29)라는 걸출한 대체자원이 있음에도 안첼로티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으며 꾸준히 선발로 나서고 있다. 팀의 주장인 카시야스는 이번 시즌 AT마드리드를 상대로 한 번도 이기지 못해 2차전 때는 안방에서 반드시 승리를 챙겨 11번째 빅 이어를 들어올리겠다는 각오다.
8개의 유효슈팅을 막아낸 AT 마드리드의 수문장 오블락의 선방도 주목받았다. 오블락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 등 가공할 화력을 장착한 레알 마드리드의 무자비한 폭격을 깔끔하게 저지하며 유럽축구연맹으로부터 경기 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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