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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당신 원룸의 관리비가 줄줄 새고 있다

입력 : 2015-04-10 05:00:00 수정 : 2015-04-10 1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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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45만원에 관리비 5만원 vs 월세 50만원에 관리비 0원…세입자·집주인 '동상이몽'

<편집자주> 월세로 사는 대학생들의 평균 월세금은 4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세 들어 사는 대학생 10명 중 7명은 전·월세 비용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하지만 정작 대학생들은 고액의 월세를 내면서도 세입자로서의 권리 행사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원룸 관리비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현명한 세입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오픈마켓 등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할 때 저렴한 가격에 혹해 클릭해보면 추가요금과 배송료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겉과 다르게 오히려 비싼 값에 물건을 구매하는 낭패를 보게 되는 것. 원룸 시장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원룸의 월세가 시세보다 저렴해 계약을 하고 나면 내역을 알 수 없는 관리비가 부과돼 결코 싸지 않은 월세를 내며 살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원룸 관리비는 얼마가 적정한 수준일까. 똑똑하게 관리비를 지불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는 원룸에 살고 있는 청춘들이 던지는 의구심과 고민들이다. 부동산114가 최근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에 따르면 원룸 관리비에는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유지비 ▲홈네트워크설비유지비 ▲수선유지비 ▲정화조관리비 ▲음식물처리비 ▲정기수선비 ▲안전진단실시비 ▲시설보수비 ▲보험료 등이 포함돼 있다. 집주인의 재량에 따라 위의 항목이 포함되거나 제외될 수 있다. 공동주택에서는 개별세대 사용료로 분류되는 전기료·수도료·가스사용료·난방비·급탕비 등도 원룸 관리비에 포함되거나 제외될 수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세계일보 DB

그러나 문제는 관리비 규정이 따로 없다보니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비가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집주인만 아는 원룸 관리비, 혹시 세입자가 모르는 숨은 비용이 부과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합당하게 관리비가 부과되는 경우도 있지만, 세입자들을 울리는 이른바 '고무줄 원룸 관리비'는 일부 임대인들의 수익을 위한 꼼수로 활용되기도 한다. 조삼모사처럼 월세를 깎고 관리비를 늘린다면 표면적으로 임대료가 낮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임대인은 관리비를 통해 고정수익을 보전하기도 한다. ‘월세 45만원에 관리비 5만원’이나 ‘월세 50만원에 관리비 0원’은 금액은 같지만, 세입자들은 45만원의 원룸을 더 선호한다. 이런 방식으로 일부 임대인들은 공실률을 낮추면서 부당하게 관리비를 챙겨가기도 한다.

현재 원룸 관리비의 문제는 주택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아파트 관리비와는 달리 현행법상 어떠한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원룸의 경우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처럼 공동주택에는 해당하지만, 규모가 30호 미만인 경우 주택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의무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투명하고 명확한 원룸 관리비 부과를 위해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공정한 관리비 부과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이지만, 법개정이 되기 전까지 원룸 세입자가 마냥 손해만 볼 순 없다. 다시 말해 본인 스스로가 똑똑한 세입자가 돼야 한다는 것.

강태욱 하나은행 부동산팀장은 “가장 좋은 방법은 계약 시 관리비 항목과 금액에 관한 특약을 작성하는 것”이라면서 “사전 합의점을 도출한다면 계약 후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비 명세서도 매달 받아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부과된 관리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따져보기 위해서다. 명세서에 중복된 비용이나 실제보다 많은 비용이 없는지 체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원룸 수도세의 경우 수도계량기가 따로 달려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집주인이 청구한대로 납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이 금액이 의심스럽다면 서울지역 수도세의 경우 ‘아리수 사이버고객센터’에 접속하면 수도세를 조회할 수 있다. 보통 수도세는 인원수로 나눈 금액이 관리비가 되는데, 조회된 수도세를 기준으로 세대 인원수 별로 계산된 수도세와 부과된 수도세를 살펴 차액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전기세는 ‘한국전력 홈페이지’를 통해 세입자가 직접 조회해 볼 수 있다. CCTV나 도어락 비용이 원룸의 옵션으로 반영돼 있는데 관리비로 또 나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이중 청구되는 항목이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강 팀장은 "원룸 세입자들은 자신이 ‘을(乙)’의 입장이라고 생각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법률적 지식을 키우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직접 관리비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면 현명한 세입자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대학생이나 미혼 직장인들이 거주하는 원룸의 주먹구구식 관리비 부과 기준이 투명해질 전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지난달 23일 보도자료에서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고시원 등 원룸형 주택의 관리비 부과 기준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원룸에 세 들어 사는 대학생의 77.6%가 월평균 5만7710원의 관리비를 내고 있지만, 이 가운데 43.3%가 관리비가 지나치게 많아 부담스럽다고 답했다는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해 "관리비를 사실상 월세의 일부라고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부과 내역조차 알 수 없는 과도한 관리비를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부담이자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관리비 조항 등을 구체화한 표준임대차계약서를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고시원은 건축법상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되는 탓에 관리비 공개의무가 규정된 주택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원룸도 30호 미만이면 주택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는 "원룸·고시원의 관리비 부과기준을 제도화하고 입주민의 부담을 덜어 줄 방안을 국토부·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마련하겠다"며 "원룸·고시원에 주로 거주하는 청년 1인가구들과 현장 미팅도 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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