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앙쿠르암은 프랑스 포경선 리앙쿠르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서세동점기인 1849년 동해에 출몰해 불법으로 고래잡이를 하던 이 이양선이 해도에 없는 섬을 보고 프랑스 해군성에 보고한 결과 1853년 발간된 수로지에 배 이름으로 표시됐다. 1854년 러시아 해군 팔라다호 장교들이 동해안을 정밀 측량한 뒤 러시아 해군부 수로국이 1857년 제작한 ‘조선동해안도’에는 독도의 동도가 ‘메넬라이’, 서도가 ‘올리부차’로 명명됐다. 1855년 영국 함선 호닛호도 독도를 보고 배 이름을 따라 붙였다. 1890년대 들어 리앙쿠르암이 서양 지도의 표기 관례로 굳어졌다. 제국주의의 횡포에 휘둘리던 서글픈 역사를 담은 이름이다.
독도라는 이름은 ‘독섬’의 음을 취해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1904년 일본 군함 니타카호 항해일지에 독도가 처음 등장한다. “한인은 리앙코루도암(리앙쿠르암)을 독도라고 쓰며, 일본 어부 등은 생략해 ‘량코도’라고 한다.” 우리나라 문서에서는 1906년 울릉군수의 보고서에서 “본군 소속 독도”라는 내용으로 처음 나온다.
일본을 제외한 세계 각국이 리앙쿠르암 표기를 선호하는 것은 ‘중립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본 측 의도대로 분쟁지역화하고 있는 징후로 볼 수 있다. 한국 영토 가운데 우리 고유의 이름을 놔두고, 다른 나라에서 붙인 이름이 외국 지도에 표기되는 유일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리앙쿠르 뒤에 암초를 의미하는 Rocks가 붙은 것도 석연치 않다.
미국 국무부가 리앙쿠르암 표기를 일본편 여행지도에만 넣고 한국편 여행지도에는 넣지 않다가 최근 우리 정부의 시정 요구를 받고 이를 복원하는 소동이 있었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지난 1월 ‘월드 팩트북’ 한국편 지도에서 리앙쿠르암 표기를 삭제했다가 되살린 바 있다. 일본 측 로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이런 오류를 새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언론 보도를 접하고 부랴부랴 항의하는 무성의한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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