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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크림공화국, 러시아에 병합 1년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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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15 19:46:10 수정 : 2015-03-15 23: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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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지우기'에 내부 혼란… 국제사회 제재 덮쳐 이중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병합이 오는 18일(현지시간) 1년을 맞는다. 이 사건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라는 유혈사태를 촉발했다. ‘제2의 냉전’으로 불릴 만큼 러시아와 서방 간 위기가 고조됐다. 1년이 흐른 지금, 크림은 내부 진통과 외부와의 고립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관계를 단절하고 러시아에 통합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국제사회의 제재도 여전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대부분 국가는 합병이 ‘불법’이라며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다수 크림 주민들은 미래를 낙관하면서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있다.


◆내부 혼란에 국제적 고립 ‘이중고’


지난 12일 수도 심페로폴에 위치한 크림 지방법원에서 이색적인 재판이 열렸다. 현지 주민 3명이 각각 40시간의 노역형을 선고받았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정에는 1년 전만 해도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었다. 해당 판사는 이들에게 애초 48시간을 선고했다. 그는 러시아 법률 서적 여러 권을 수차례 확인한 뒤에야 40시간으로 최종 판결을 내렸다. 러시아와의 합병에 따른 크림 사법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낸 셈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재판은 지난 1년간 크림이 얼마나 변했고, 얼마나 그대로 머물러 있는지 보여준다”며 “크림은 아직도 우크라이나 시절 과거 지우기에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경기 불황이다. 주민들의 바람과 달리 살림살이는 팍팍해졌다. 러시아 일간 베도모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크림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53.5%에 달했다. 베네수엘라(68.5%)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특히 과일이나 달걀 같은 몇몇 식품의 물가 상승률은 60%가 넘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공 근로자 임금 인상 조치로 지난해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약 45% 올랐으나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8.5%)를 기록한 이유다.

주요 산업인 관광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여름 크림을 찾은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북부 운하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공급받던 물이 끊겨 농업도 타격을 받았다.

크림의 지정학적 고립은 가중되고 있다. 이는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림에 전기를 간헐적으로 공급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심페로폴을 오고 가던 버스와 열차의 운행을 중단시켰다. 심페로폴 국제공항은 국제공항이라고 부르기 어렵게 됐다. 몇몇 러시아 도시를 오고 가는 국내선만 취항해서다.

이러한 고립에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한몫한다. 미국과 EU는 크림에서 경영·투자 활동을 하는 기업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에 세계 양대 신용카드사인 비자와 마스터 카드, 페이팔, 맥도날드, 아마존 등이 잇따라 철수했다.

지난해 3월9일 크림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에 위치한 레닌 광장에서 열린 친러시아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웃으며 손뼉을 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약 5000명이 모였다.
키예프포스트 제공
◆러시아 합병 압도적 지지 ‘왜’?


그럼에도 러시아와의 합병에 대한 크림 주민들의 지지는 압도적이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브치옴(VTSIOM)이 지난달 16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1%는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 평가는 5%에 그쳤다. ‘주민투표가 다시 열린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응답자 90%가 러시아 귀속에 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를 두고 러시아 일간 모스크바타임스는 많은 크림 주민들은 “현재 위기는 안보를 위해 지불할 만한 대가”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세바스토폴에서 건설업을 하는 안드레이 쿠르바토프는 “우크라이나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보라”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고 얄타에 사는 올가 프로슈리나도 “우리는 변화를 더 기다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기대 심리도 빼놓을 수 없다. 푸틴은 크림의 질적인 통합을 가능한 한 빨리 성공시켜 모범 사례로 만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2020년까지 크림에 6810억루블(약 12조5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병에 대한 크림 주민들의 지지가 실제로는 낮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크림이 우크라이나로 다시 통합돼야 한다거나 우크라이나에 남았어야 했다고 입밖에 꺼냈다가는 분리주의 혐의로 최고 징역 5년형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크림 주민들은 견해를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크림이 러시아와 합병된 지 1년이 지났으나 겉으로 보기에 바뀐 것은 거의 없다”며 “질적인 통합이 완료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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