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 이날 경기를 승리로 이끈 인천 전자랜드의 외국인 주장 리카르도 포웰이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의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에 일침을 가했습니다.
2008년에 처음 한국에 들어온 포웰은 2012∼2013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전자랜드에서 줄곧 뛰고 있습니다. 특히 주장을 맡아 팀을 4강 플레이오프에 올려놨습니다.
하지만 포웰은 시즌이 끝나면 짐을 싸야 할지도 모릅니다. KBL이 외국인 선수 규정을 대폭 손질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외국인 선수 2명 중 1명만 출전하지만 2명이 동시 출장할 수 있도록 바뀝니다. 대신 키193㎝를 기준으로 장·단신 선수를 나눠서 뽑아야 합니다.
KBL 이사회는 혼선을 막기 위해 모든 외국인 선수를 일단 내보낸 뒤 다시 전면 드래프트하도록 했습니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 선수는 한 팀에서 3시즌만 뛸 수 있습니다. 포웰의 경우 한팀에서 3시즌을 연속으로 뛰었지만 2013∼2014시즌에 재계약이 아닌 드래프트로 들어와서 한 시즌 더 재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KBL의 새 규정으로 포웰은 재계약이 물 건너간 것입니다.
물론, 전자랜드가 드래프트에서 포웰을 다시 지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96㎝여서 어중간한 키로 분류되는 포웰을 전자랜드가 또 지명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농구 특성상 외국인 선수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KBL은 ‘전력 평준화’라는 명분 아래 외국인 선수 관련 제도를 수없이 뜯어고쳤습니다.
프로농구 흥행을 위한 KBL의 노력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녀야 하는 규정은 팬들이 프로농구를 외면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KBL이 더 많은 팬을 확보하고 싶다면 강제 평준화보다는 팀 역사와 함께할 외국인 스타 선수를 육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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