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가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15>에 따르면 SNS을 통한 일상의 자랑질(Showing off every day, in a classy way)이 올해 트렌드를 이끄는 10대 키워드로 선정됐다. 소설미디어를 통해 타인에게 일상을 과시하고 ‘좋아요’나 ‘리트윗’ 등 주변의 공감과 평판을 얻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SNS은 저마다 누리고, 즐기고, 발견한 것에 대한 소개와 자랑으로 넘쳐난다.
일상 중에서도 가장 손쉽게 연출 가능한 음식의 경우, 이 같은 ‘과시’ 심리가 더욱 증폭되어 나타난다. 마시는 음료에서 간식, 레토르트 식품에 이르기까지 남들과 똑같은 메뉴가 아닌 자신이 발견한 독특한 조합의 DIY 메뉴를 발견해서 해당 레시피를 SNS로 이른바 ‘자랑질’하는 것이다. 한때 화제가 되었던 스타벅스 ‘악마의 음료’의 경우, 샷과 시럽, 토핑 등을 독특하게 조합해 메뉴판에서 볼 수 없는 숨겨진 메뉴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 같은 소비 심리와 트렌드에 따라 외식 및 식품업계는 소비자가 직접 선택 제조할 수 있는 DIY 메뉴 구성을 강화함으로써 소비자의 입맛도 잡고 입소문도 잡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차 전문 브랜드 공차는 2012년 홍대점 첫 매장 오픈 이후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운 대표적인 브랜드다. 당도 및 얼음, 토핑을 선택해 주문을 하면 스티커 시스템을 통해 프린트되어 각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음료가 만들어진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 조합에 대한 추천과 문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 공차는 실제로 페이스북 등 여러 SNS 채널을 통해 높은 인기와 추천수를 받은 메뉴를 선정해 올해부터 일반 소비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이다. 공차 추천 메뉴는 각각의 티 베이스를 기본으로 펄, 코코넛, 알로에, 화이트펄, 하우스폼 등 5가지 다양한 토핑을 조합해 티 고유의 풍미와 쫀득한 식감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7가지 공식 레시피다.
스타벅스의 ‘악마의 음료’는 벤티 사이즈(591ml)의 그린티 프라푸치노에 에스프레소 샷과 초콜릿 시럽, 자바칩을 2회 추가한 대용량 음료를 말한다. 한잔의 열량이 무려 900kcal에 이르지만 한 번 맛보면 멈출 수 없다는 의미로 악마의 음료라고도 일컫는다. 스타벅스에서 제공되는 무엇이든 마실 수 있는 무료 쿠폰으로 가장 비싼 음료를 즐기는 방법을 궁리하던 소비자에 의해 탄생한 음료로 이미 스타벅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원조 악마의 음료를 시작으로 더욱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조합을 찾아 제2, 제3의 악마의 조합법이 SNS을 타고 끊임없이 소개되고 있다.
홈플러스의 조리법 제공 서비스인 ‘올어바웃푸드’는 최근 ‘마약 옥수수’ 조리법이 조회 수가 10만 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올어바웃푸드 조회 수 분석 결과 마약 옥수수 조리법은 지난해 11월2일부터 올해 1월24일까지 조회수 10만 1759건을 기록해 ‘허니버터칩’ 17만 7880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마약 옥수수란 생크림과 버터, 마요네즈 등을 버무린 소스와 옥수수를 함께 볶은 요리로, 이태원 경리단길, 홍익대 근처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소비자들이 SNS에 올리며 빠르게 입소문을 탄 사례다.
전선용 공차 마케팅팀장은 “기성품에 한정됐던 제품 조립에 대한 인식과 범위가 점차 확장되면서 음식에 있어서도 기존 메뉴를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기호와 입맛에 따라 새롭게 조합해 개성 있게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더욱이 SNS의 발달로 나만의 노하우를 과시하는 심리까지 합세해 DIY 메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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