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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깎은 머리…덥수룩한 수염…메마른 표정

입력 : 2015-03-03 19:04:37 수정 : 2015-03-03 19: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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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독립운동가 감시 카드’ 6264매 DB로 만들어 공개
이름·사진·검거 시기·재판정보 등 기재
아무렇게나 깎은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 까맣게 타들어간 듯한 얼굴에 메마른 표정은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그들이 처한 현실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가슴에 붙은 수인번호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1724’(사진 위), 만해 한용운 선생은 ‘11306’(아래)이란 번호를 달았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에게 가해졌던 탄압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진 자료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소장 중인 ‘일제 감시 대상 인물 카드’ 6264매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공개했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 대표 이승훈, 한용운 등을 비롯하여 유관순, 안창호, 윤봉길, 이봉창과 같은 유명한 독립운동가들이 포함된 카드다.

인물 카드는 검거·수배되거나 감시받던 인물에 대해 일제 경찰이 작성한 것이다. 3·1운동으로 민족의식이 고양되자 위기감을 느낀 일제가 한국인에 대한 감시와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던 독립운동가들이 다수 들어 있어 이른바 ‘수형자 카드’, ‘독립운동가 신상 기록 카드’ 등으로도 불려왔다. 

유관순 카드.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현재 남아 있는 것은 6264매. 가로 15cm, 세로 10cm 카드에 이름, 사진과 신상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인물별로 사진을 붙이고 본적, 주소, 검거 시기 및 관서, 재판 정보 등을 기재했다. 각 사진에는 ‘보존원판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실제로는 7만5000매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가 된다. 현재의 경찰청인 치안본부에서 보관해 오던 자료로 1980년대 말 역사 자료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위원회에 이관됐다. 

이승훈 카드.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위원회는 카드에 수록된 정보 모두를 데이터베이스로 제작했다. 이름뿐만 아니라 본적, 주소, 적용 죄목, 일시 등의 정보 모두를 검색할 수 있다. 여러 건의 카드라도 동일 인물의 카드는 인물별로 묶어서 제공하기 때문에 인물 위주로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각 카드의 정보는 웹에서 모두 열람할 수 있으며 카드의 원본도 디지털 이미지 형태로 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 기초사료 사이트인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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