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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중인 해군 구축함과 잠수함(자료사진) |
1일 해군이 214급 잠수함 6번함의 이름을 ‘유관순함’으로 명명하면서 해군 함정에 붙여지는 이름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군에 따르면 함정의 명칭은 함명과 선체번호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대형상륙함 1번함의 정식 이름은 '독도함(LPH-6111)'이다. ‘독도함’은 함명이고, ‘6111'은 선체번호다. 선체번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기준을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게 준용해서 정한다.
함명은 해군 내에서 통상명칭으로 쓰인다. 통상명칭이란 각 부대의 규모와 기능, 특성이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4자리 숫자로 부여한 부대 명칭이다. 해군은 함정 이름을 통상명칭으로 부여하고 있다.
함정 이름 제정 절차는 함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군함 건조가 상당 부분 진행되면 군 실무진이 함의 종류와 크기 등을 고려해 함명과 선체번호를 정하는 ‘함형별 함명 및 선체번호제정안’을 작성한다. 고속정급 이상은 해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장이 주관하며 근무지원정은 군수참모부장이 맡는다. 다만 소형인 근무지원정은 선체번호만 부여된다.
이렇게 작성된 안은 해군참모총장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이후 군함 진수 한 달 전에 함정의 이름과 번호가 포함된 명명장이 해군 전력기획참모부장 주관하에 시달되며, 진수식에서 해군참모총장이 명명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함정에 붙여지는 이름은 해군의 내부 기준에 따라 다르다. 구축함에는 영웅으로 추앙받는 왕(광개토대왕 등)이나 장수(을지문덕) 같은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붙이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민족간의 전투에서 공훈이 있는 장수는 배제한다. 김유신이 삼국통일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함정 이름으로 쓰이지 않은 이유다.
잠수함은 바다와 관련 있는 인물인 장보고·이천·최무선 등의 이름을 붙여왔다. 하지만 214급 3번함부터 안중근·김좌진·윤봉길 등 항일독립운동가의 이름을 함명으로 제정하고 있다. 1일 확정된 6번함 유관순함은 항일운동가이자 여성의 이름을 해군 창설 이래 처음으로 적용해 주목을 받고 있다.
상륙전에 투입되는 상륙함은 고준봉·비로봉·향로봉·성인봉처럼 고지 탈환의 의미를 지닌 산봉우리 이름이 많다. 1800t급 호위함은 대도시 이름을, 1200t급 초계함은 중소도시 지명을 붙였다.
함명의 상징성이 크다 보니 제정 과정에서 사연도 많다. 해군은 2005년 7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송함(1만4000t) 이름을 독도함으로 정했다. 독도 수호 의지와 섬처럼 영원히 침몰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상호 민감한 문제에 대해 자극을 피하자는 양국의 이해를 무시했다”며 유감을 표시했고, 한국 정부는 “영토 주권에 대한 심대한 침해 행위”라고 맞섰다.
1·2차 서해교전의 주역인 고속정 이름은 ‘참수리’다. 고속정이 빠르기 때문에 날렵한 참수리는 적절한 이름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고속정이 처음 도입된 1970년대엔 ‘기러기’였다. 하지만 기러기가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아 맹금류인 참수리로 바뀌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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