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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노후원전 운명 ‘거수’로 결정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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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27 19:22:39 수정 : 2015-02-27 23: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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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까지 재가동이 결정된 경북 경주 월성 1호기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27일 새벽 1시 서울 세종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 9명의 원안위원들이 설계수명(30년)이 다한 월성원자력 1호기의 재가동 여부를 두고 15시간째 마라톤 공방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다 보니 1, 2차 회의와 마찬가지로 쉽게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전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회의다 보니 위원들도 점차 지쳐갔다. 이때 일부 위원이 표결을 요청했고, 이은철 위원장은 “계속운전에 동의하면 손을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월성 1호기가 ‘거수’라는 방법으로 새생명을 얻는 순간이었다. 형식만 다수결일 뿐 결과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원안위원 9명 중 7명은 정부와 여당이 추천한다. 야당 추천 2명은 거수표결에 불만을 품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물론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노후원전을 재가동하려면 지역 주민의 여론을 수렴하도록 했다. 하지만 월성 1호기는 법 개정 이전에 재가동을 신청, 해당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원안위의 판단이다. 국내 전력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여기에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새로 원전을 짓고 싶어도 주민반발과 국민여론 등을 감안하다 보면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현실이다. 여름철마다 전력대란 우려에 노심초사하는 정부 당국으로서는 가급적 기존 원전을 계속 가동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고려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를 7명이 손을 들어 결정하는 것은 문제다. 재가동 승인 절차가 이렇게도 단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 첫 원안위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생소할 정도였다. 원안위는 3차에 걸친 회의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고, 절차대로 따랐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원전으로 인한 국민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원안위 ‘몫’이다. 그런 원안위가 국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날치기’식 처리로 국민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재가동되는 월성 1호기의 연장 수명은 고작 7년이다. 문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잇따라 설계수명이 끝나는 다른 원전들도 언제든지 ‘거수’로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다. 심지어 재가동이 승인된 보도자료 내용과 달리 제목은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 여부 차기회의 재상정’이라고 버젓이 달려 있었다. 마치 짜놓은 시간표에 맞춰 쫓기듯 결정을 내렸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정재영 산업부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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