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시 쓰긴 하지만
반성없다면 자기 방어에 그쳐”
“유영철은 자존감을 드러내기 위해 과장하는 시를 썼지만 이승하는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성찰하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습니다. 유영철이 자신이 잘났음을 강조하기 위해 시를 썼다면 이승하는 못남을 부각하기 위해 썼습니다. 누구나 시를 쓰긴 쓰는데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자기 변명이나 방어의 글쓰기에 머물고 말겠지요.”
대학에서 시 창작과 문학평론을 가르치며 ‘유심’ ‘열린시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씨는 이번 책에 불교 시와 기독교 시에 대한 고찰, 고정희의 폭력적 현실과 폭력적 세계관에 대한 글, 불교 시인 조오현이 도달한 비극적 존재에 대한 성찰 등을 다채롭게 담아냈다. 시를 통한 치유, 궁극적으로 문학이 어떻게 인간의 정신을 보듬어 승화시켜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7편의 논문과 3편의 평론으로 펼쳤다.
그는 기본적으로 ‘불교 시’와 ‘기독교 시’를 구분하는 건 쉽지 않지만 차별점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불교 시는 스스로 성찰이 강한 데 비해 기독교 시는 매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오현의 시처럼 불교 시에서는 부처를 직접 거론하지 않지만, 기독교 시는 신이라는 매개가 없으면 자신을 극복하고 나아가지 못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한용운 시인에서부터 1960년생 이승하 시인에 이르기까지 ‘자화상’ 시만을 모아놓고 정신분석으로 해석한 ‘정신분석 시인의 얼굴’도 곧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이번 책에 수록한 대부분의 시는 폭력을 대체하는 언어, 고통에 바쳐지는 ‘언어적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 창작 과정은 ‘언어적 제의성’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많은 독자들이 시를 읽고 쓰면서 상처를 지워나가 희망의 여백을 채워나갔으면 좋겠다”고 서문에 밝혔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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