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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건축이야기] 건축사와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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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24 21:55:41 수정 : 2015-02-26 17: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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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부자만 사는 동네에서 무슨 봉사?”

서울 강남구의 건축사들이 강남구청과 함께 ‘사랑의 집 고치기’ 사업에 참여한다고 얘기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강남구의 ‘사랑의 집 고치기’는 구청 예산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강남구 건축사회 회원들의 재능 기부와 구청직원의 봉사활동만으로 진행된다. 2014년 이 사업을 통해 새로 단장된 사랑의 집은 개포동과 세곡동에 주거환경이 열악한 6가구였다. 올해도 지역 내 국민기초수급자, 한 부모가정,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상·하반기 두 차례로 나누어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재능 기부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개인의 이익이나 기술개발에만 몰두하지 않고 이를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형태다. 돈을 내는 금전 기부가 일회성이 대부분인 데 비해 재능기부는 각자의 전문성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기부형태라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한 기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건축사들의 재능 기부는 대한건축사협회와 각 지역의 지역건축사회를 중심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행해지고 있다. 지난해 대한건축사협회는 다솜둥지복지재단과 농어촌 취약계층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농어촌 집 고쳐주기 운동 희망 家꾸기’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두 단체는 재능 기부 자원봉사 활동에 의한 집 고쳐주기 사업추진 및 홍보, 지역·단체·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활동 참여 및 협력에 대해 협조할 방침이다. 각 시도건축사회와 지역건축사회도 재능 기부를 통해 건축민원에 대한 무료상담, 노후 주택 및 공동주택의 효율적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김영수 건축사
건축사 개인의 봉사활동 소식도 꾸준히 들려 온다. 지난 15년 동안 캄보디아, 아이티 등 세계 16개국에서 5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국제도시건축전문인봉사단의 대표 천근우 건축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1년에 네 차례 독거노인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주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더 나아가 2005년 중국에서 디자인 캠프를 시작한 이후 매년 여름마다 국내외 건축과 대학(원)생들이 모여 현지 대학이나 도시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제안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지 않고 개인의 재능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재능 기부도 이제는 당연한 일이 돼야 한다. 굳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기부와 봉사는 우리 사회를 살 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 불가결한 행동이고, 모든 시민에게 요구되는 의무이다. 다른 전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전문가인 건축사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 일반인에게는 해결 불가능의 어려운 일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특히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재능 기부는 한겨울의 꽃소식처럼 반가울 것이다. 봉사하는 건축사들이 자꾸 더 늘어나 우리 국민 누구나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을 누릴 수 있었으면 싶다.

김영수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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