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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몽당연필(夢當緣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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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15 23:19:01 수정 : 2015-02-15 23: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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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몽당연필입니다. 나무 몸뚱이에 새까만 흑연 심장을 갖고 있지요. 저도 원래부터 난쟁이는 아니었어요. 태어날 땐 전봇대처럼 키가 훌쭉했답니다. 하지만 불평하진 않아요. 저에겐 아직 놀라운 능력이 있어요. 하얀 종이만 있으면 여러분의 꿈을 마음껏 그릴 수 있어요. 시인에겐 시가 되고 화가에겐 멋진 그림이 된답니다.

저에게도 힘든 시기가 없진 않았어요. 샤프펜에 밀려 저를 찾는 사람이 줄었거든요. 볼펜대에 끼워 애지중지하는 모습은 흘러간 추억이 되었어요. 그러나 저는 새로운 희망을 키워갑니다. 요즘 저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거든요. 저에게 ‘夢當緣必(몽당연필)’이라는 예쁜 한자 말까지 붙여주던 걸요. ‘당당하게 꿈을 꾸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뜻이랍니다. 팍팍한 삶 속에서 꿈을 찾고 싶은 분들이 그만큼 많아진 거죠.

반가운 소식이 또 있어요. 서울 전동초등학교에서 몽당연필 교육을 하고 있대요. 어린이들이 경쟁 위주의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자기 꿈을 향해 숨은 끼와 재능을 키워가는 것이죠. 해외에서도 저는 ‘인기 짱!’이에요. 네팔 다일비전센터에서는 아이들이 몽당연필 한 자루를 손에 쥐고 공부를 합니다. 집에 전기도, 책상도 없는 가난한 아이지만 꿈만은 절대 가난하지 않아요. 내일의 꿈이 가슴에 자라고 있기 때문이죠.

슬픈 소식도 전해야겠네요. 며칠 전 한국에서 일어났던 소동 말이에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광명점에서 제가 실종되는 사건이 터졌어요. 고객이 가구 치수를 재거나 구매 품목을 적을 때 쓰라고 비치해 뒀더니 얌체족들이 2년치 분량을 몽땅 가져간 거죠. 저의 신상은 얼마 후 인터넷 중고매매 사이트에 등장했어요. 3000원의 몸값이 붙은 채 말이에요. 정말 인신매매를 당하는 기분이었어요. 얌체족에게 묻고 싶어요. 당신에게 몽당연필은 무엇인가요?

마더 테레사 수녀는 이런 고백을 했대요. “저는 하나님의 몽당연필입니다. 하나님은 작은 몽당연필로 좋아하는 것을 그리십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아무리 불완전한 도구일지라도 그것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십니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신께서 하시는 일이니 이루어지지 않을 까닭이 있나요. 포기하지 마세요. 삶이 힘들더라도 ‘잘될 거야’라는 자신감으로 훌훌 털고 일어나세요. 夢當緣必입니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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