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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아이콘 ‘히피’… 이 시대에 남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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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복고 열풍은 60년대 히피즘
소외된 인간 존재에 대한 자각이자 동시에 책임에 대한 거부 ‘양면성’
당시 반문화운동 의미·한계 추적
크리스티안 생-장-폴랭 지음/성기완 옮김/문학과지성사/1만6000원
히피와 반문화/크리스티안 생-장-폴랭 지음/성기완 옮김/문학과지성사/1만6000원


모든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다. 과거의 잘못을 잊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은 인류의 오랜 습관이다. 복고 열풍은 그렇게 시작한다. 최근 국내에 불고 있는 복고 열풍의 중심에 7080, 8090문화가 있다면 서구 사회의 복고 열풍은 대부분 1960년대로의 회귀를 꿈꾼다. 평화와 자유를 외치는 히피문화로 상징되는 1960년대에 대한 향수는 잠깐의 유행에 그치지 않았다.

프랑스 학자 크리스티안 생-장-폴랭이 쓴 ‘히피와 반문화’는 1960년대 향수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반문화 운동’과 ‘히피즘’을 그 태동에서 몰락까지 추적한 책이다. ‘60년대, 잃어버린 유토피아의 추억’이라는 부제가 흥미롭다. 1960년대를 가상 세계인 유토피아, 즉, ‘현실적으로는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로 표현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이 시대 반문화주의가 꿈꾼 세계는 결국 현실에서 구현할 수 없는 곳이었다. 실재할 수 없는 곳을 현실에 만들고자 하는 시도였으니 당연히 좌절할 수밖에 없다. 책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를 아우르는 반문화운동과 히피문화의 좌절, 그리고 실패의 역사를 따라가며 그 의의와 한계를 조명한다.

책이 주로 다루는 것은 이 시기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태동한 히피문화다. 저자는 이 시기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히피들의 삶의 모습을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한다. 그동안 많이 알려진 평화와 자유를 외치는 히피들의 모습뿐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입고 먹었는지, 어디서 잤는지, 사생활은 어떠했는지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대의 히피문화가 내재한 모순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1960년대 히피들의 행진곡으로 불렸던 노래 ‘옐로 서브머린’이 수록된 비틀스의 ‘리볼버’ 앨범(왼쪽)과 히피문화의 영향을 깊이 받은 ‘페퍼 상사의 론리 하트 클럽 밴드’ 앨범(가운데). 이후 히피운동이 자체적인 모순으로 과격하게 변질되자 비틀스는 ‘화이트’ 앨범에 수록한 ‘혁명’이란 노래를 통해 그들의 변질을 통렬히 비판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당시 히피들은 반전과 평화주의, 기존 질서와 가치에 대한 반감, 쾌락주의와 신비주의에 몸을 맡겼다. ‘피터팬’ 같이 성인이 되길 거부하는 특성도 보였다. 저자는 그들의 이런 생활양식이 ‘소외된 인간 존재에 대한 자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책임에 대한 거부’이기도 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들의 문화가 “성년이 가지는 어떤 이점들은 유지하면서 행복한 유년 상태를 연장하려는 것”이었다는 뜻이다.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외치면서도 좀처럼 아이를 원하지 않던 그들의 태도에서 당시 히피문화의 잠재된 모순성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 모순은 히피문화가 과격한 반체제운동과 신비주의로 점철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당시 캘리포니아 히피들의 행진곡으로 불렸던 노래 ‘옐로 서브머린(Yellow Submarine)’과 히피문화의 정수를 담아낸 앨범 ‘페퍼상사의 론리 하트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만들었던 비틀스는 ‘화이트(White)’ 앨범에 수록한 ‘혁명(Revolution)’이란 곡을 통해 이렇게 변질되는 히피문화에 실망감을 털어놨다. 이 노래에서 존 레논은 “우리는 모두 세상을 바꾸고 싶어해. 하지만 당신이 파괴를 말한다면 나는 거기서 좀 빼줘야겠어”라며 점점 과격해지는 히피문화와 거리 두기를 시도한다.

다만 책은 히피문화를 어린아이들의 한순간의 실패한 놀이쯤으로 치부하지는 않는다. 자유와 평화를 염원한 히피문화의 영향으로 성(性)혁명, 페미니즘의 부흥, 환경보호 의식의 탄생 등이 가능했다. 이는 기독교에서 물려받은 윤리적 개념을 거부함으로써 보다 큰 자유의 모색에 나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부록으로 1968년 프랑스 반문화운동의 중심에 섰던 반체제 언론인 파트릭 랑보와의 대담을 실었다. “반문화운동에는 치기 어린 측면도 있었다고 인정하지만 우리가 옳았다”고 단언하는 그의 말에서 히피즘에 대한 책의 총체적 입장을 읽을 수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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