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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기업 미래 바꾼다] '패스트 팔로어' 시대의 종언

입력 : 2015-02-03 20:46:27 수정 : 2015-02-03 20: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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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잡기식 전략 한계… '퍼스트 무버'로 재도약
우리나라는 세계가 알아주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이다. 선진국이 시장을 개척하면 성실하고 뛰어난 인적자원과 정부시책을 총동원해 열심히 뒤쫓았고, 엇비슷한 품질의 꽤 근사한 제품을 싼값에 내놨다. 우리 기업들은 비록 시장을 직접 열어젖히지 못했지만 열린 시장에서는 선도기업을 따라잡는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패스트 팔로어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는 진단이 빗발친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조립과 모방을 통한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는 생존조차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창조경영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거듭나야 한다”고 단언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창조적인 혁신전략과 변화의 움직임을 연중 시리즈를 통해 집중 조명해보고자 한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맞서 대대적인 사업 재편으로 재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는 데 분주했다. 올해 들어서도 창조성에 기반을 둔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혁신을 거듭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남들이 열지 않은 시장을 개척하고 산업 변화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고자 혁신을 앞세운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광주과학기술원 내에 자리 잡은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
◆‘퍼스트 무버’ 꿈 여무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난달 30일 퍼스트 무버의 꿈이 무르익는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았다. 이곳에 입주한 창업기업 테그웨이는 체온에서 전기를 생산해 스마트 기기를 충전하는 신기술을 보유한 혁신적인 기업이다. 이 업체의 이경수 대표는 “그동안 한국은 남들이 만들어놓은 사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남들을 제치고 1등을 하는 ‘패스트 팔로어’로 성공해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선진국처럼 필요 산업을 직접 만들어내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업체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소자를 유연하게 만들어 ‘웨어러블’(착용형) 스마트 기기에 부착해 배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자랑하는데, 올해 유네스코가 선정한 10대 IT 혁신기술로 선정돼 그 혁신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대표가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대기업 SK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SK는 유망 벤처기업 10곳을 발굴해 센터에 입주시켜 육성 중인데, 테그웨이도 그중 한 곳이다. 이미 창업 초기자금용으로 2000만원을 지원했고, 그룹 내 전문가와 국내 유명 벤처캐피털 관계자를 멘토로 붙여 자금조달, 판로, 마케팅을 돕고 있다.

SK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은 자선사업의 성격이 아니다. 퍼스트 무버로 나설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의 일환이라는 것이 그룹 측 설명이다. 이재호 SK텔레콤 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대전의 정부 출연연구소와 대학에는 국내 최고의 과학두뇌가 몰려있다”며 “이들의 아이디어에서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다면 전폭적인 투자는 물론이고 인수·합병(M&A)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기업과 지역·중소·벤처·창업기업이 힘을 합쳐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혁신역량을 키우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상반기 중 전국에서 17곳이 운영된다. 지난해 10월 대전과 세종시에서 문을 연 SK에 앞서 삼성그룹이 대구(9월)와 경북(12월)에 전자산업 특화 센터를 꾸렸다. 11월에는 효성그룹이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었는데, 2020년을 목표로 탄소섬유 생산 1조원과 7100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27일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개소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광주 센터를 중심으로 수소연료전지차의 산업 규모를 2040년 107조원으로 키우고, 생산 유발 효과는 23조5000억원, 고용 효과는 17만3000여명을 달성해 이 분야 퍼스트 무버로 나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동반성장을 ‘퍼스트 무버’ 발판으로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퍼스트 무버로 발돋움하려는 기업도 많다. 생산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함께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에 나서는 새로운 트렌드이다. 유통업계가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국내외 유통망을 활용해 판로 확대를 지원해 보다 양질의 제품을 납품받아 경쟁력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모색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상품 판촉비용을 모두 지원하는 중소기업 상품 전용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협력사에 상품 개발 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상품개발기금’을 도입했다. 건설업종의 대림은 우수 협력사를 해외 발주처에 추천한다.

제조업체들은 협력업체의 기술·인력을 지원해 함께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자재를 공동 연구·개발(R&D)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허를 이전해주고 출원도 지원한다. 대우건설은 특허 공동출원을, KCC는 특허 공유를 통해 협력업체 기술을 보호하고 나아가 함께 경쟁력을 높인다.

기획과 설계 등을 통해 완제품에 고부가가치를 심는 이른바 ‘두뇌기업’도 대부분 작은 규모에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유력한 퍼스트 무버 후보군이다. 국내 최고의 보석 디자인 전문기업인 뮈샤는 한류 콘텐츠를 활용해 세계 최고를 꿈꾸고 있고, 국내 최고의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실리콘웍스는 매출액의 1%를 로열티로 충당한다. 바이오 벤처인 팬젠은 로열티 수입만 매년 130만달러에 달한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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