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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통일은 환상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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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8 21:12:18 수정 : 2015-01-28 21: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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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부처 업무보고 플랜은 좋다지만
북한 맞장구 안 치면 통일은 요원한 일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신의주와 나진을 다녀오는 한반도 종단열차가 다닌다. 남북겨레문화원이 서울과 평양에 문을 연다. DMZ 내에 세계생태계평화공원이 만들어진다. 이런 일이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 4개 부처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청사진을 보고했다. 종합선물 세트로 불러도 좋을 만큼 통일 대장정을 위한 세세한 내용들이 듬뿍 담겨 있다. 수십 가지의 중장기 실천방향은 내용만 놓고 보면 나무랄 데가 없다. 보기는 좋은데 고개가 절로 갸우뚱거려진다.

생각해볼 구석이 많다. 통일구상의 진전 여부는 전적으로 남북 양측 간 신뢰에 달려 있다. 지난 2년의 남북 관계를 되돌아보자. 2013년과 2014년 두 해를 허송세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놓고 서로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탐색한 한 해였다. 2014년은 이산가족상봉 행사의 물꼬를 트면서 사안별로 접촉을 이어가려던 해였다.

해를 넘긴 2015년이라고 달라졌을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남북관계 복원 속도가 더딘 것은 당연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치열한 탐색전을 넘어 대화 재개를 앞두고 이제는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남북 양측이 대화 재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좋은 징조이긴 하나 김칫국을 마실 계제는 아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정부는 통일 대박론을 활짝 펼쳐줄 돌파구가 필요하다. 북한 김정은 역시 국제사회의 왕따 신세를 벗어날 탈출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대화 재개 필요성에는 북한이 더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환상은 금물이다.

북한은 대내, 대외, 대남 혁명역량이 약화됐을 때 대화카드를 내민다. 1970년대 미·소 데탕트 등 국제정세가 불리하게 돌아갈 때 남북고위급 접촉에 응하고, 7·4남북공동성명에 응했다. 80년대 말∼90년대 초 동유럽과 소련 붕괴에 위협을 느끼자 남북총리회담에 응하고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수년간에 걸쳐 어렵사리 이룬 합의서를 내팽개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선언, 2007년 2·13합의 등이 그랬다.

북한이 과거와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철면피가 됐다는 점이다. 수십년 동안 치밀히 준비해온 핵보유로 인해 달라진 태도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세습 체제로 이어지면서 핵개발은 공고해졌다. 이제는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두는 핵탄두 소형화 작업에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는 국내외 보고서도 여럿 있다.

옥영대 논설위원
새해 들어 조건부 대화재개를 들고 나오는 배경도 이런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 안 하면 대화는 없다”, “이산가족 상봉하려면 5·24조치를 해제하라”는 식의 행태는 구태의연하다. 오히려 남쪽이 대화를 원하니 체면 구기지 않고 큰소리치며 자기네들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남북 대화가 설령 재개되더라도 통일대박의 수순으로 이어질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일단은 북한이 대화의지가 있는 만큼 우리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북한이 호응해 올 수 있는 여건 마련에 노력해 달라”고 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북한을 유도해 가자는 의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이맘 때 박근혜정부가 말 그대로 히트를 친 ‘통일대박’의 큰 축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다. 상호 신뢰와 믿음을 통해 남북관계를 사안별, 단계별로 풀어가자는 의미다.

남북 양측 모두 이제 중요한 기로에 섰다. 동시에 박근혜정부의 원칙도 시험대에 올랐다. 대북 원칙과 기조는 중요하다. 지난 2년 동안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값진 교훈도 얻었다. 우리의 페이스대로 가려면?. 이제는 그 원칙을 상황에 따라 적용하는 게 옳지 않나 싶다. 통일은 상대가 있다. 우리끼리 떠들어댄다고 해서 결코 이뤄질 일이 아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옥영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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