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비만치료제가 해외로 불법 반출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복잡하게 얽힌 국내 의약품 유통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생산자인 제약사부터 최종 종착지인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의약품 유통 경로 파악이 쉽지 않을 정도다.
취재 결과, 의약품 유통구조는 일반적으로 ‘제약사-거점도매상-도매상-도매상-병의원•약국-소비자’와 같이 여러 도매상들을 거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거점도매상은 국내 약 10여 곳 안팎으로 대부분의 제약사와 공급 계약을 맺고 직접 병•의원 약국 등지에 유통하거나 도매상에게 다시 되팔게 된다. 또 도매상들은 서로 간 필요한 약에 마진을 붙여 거래하며 이윤을 가져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문제는 도·도매(도매와 도매간 거래)가 활성화되다 보니 유통 과정이 불투명해진다는 것.
특히 ‘제로엑스캡슐’과 같은 비급여 의약품은 포장규격에 따른 입출고 내역을 심사평가원 산하 의약품정보센터에 신고하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의약품 위조나 불법 유통을 방지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허점을 막고자 지난해 정부는 의약품 일련번호(Serialization) 표시제도를 도입하고 올해 1월 1일부터 이를 의무화했다. 말 그대로 의약품에 고유번호를 부여해 약의 유통을 투명화 하는 제도다.
하지만 2015년 생산품부터 적용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생산·유통된 의약품은 추적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관계자는 “일련번호를 통한 추적관리 제도는 지난 1년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에 지난해에는 업체 자체가 기록·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도매업체 수와 마진율이 비정상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도매업체의 수는 지난 2000년 700개에서 2010년에는 1788개, 2013년에는 2027개까지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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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용익(새정치민주연합)의원실 제공 |
2001년 도매상 창고규제가 페지되면서 ‘나 홀로 도매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의약품 보관 창고 없이도 한 개인이 생산자인 제약사에게 약을 공급받아 다른 도매상한테 유통할 수 있는 것이다.
인구가 약 3억명에 달하는 미국은 도매업체 3곳이 의약품 유통을 거의 전담하는데다 인구가 약 1억2000명 규모인 일본도 69개 도매업체만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지난해 도매 창고규제 기준을 부활했지만 이 것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업소 수를 대폭 줄이고 유통구조를 선진화 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 관계자도 “국내 약 2000여 곳의 도매상 중 협회 회원으로 가입된 업체 수는 약 800곳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 만큼 영세업체도 많을 뿐 아니라 유통구조도 복잡하게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헬스팀 최성훈 기자 cs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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