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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강원도 춘천의 육군 제1군견교육대에서 정찰견 ‘크로캅’이 군견병과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육군 제공 |
#1.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ROTC(학군사관) 출신으로 소대장 시절에 군견으로 독일산 셰퍼드를 데리고 있어서 군견의 영특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곧 서울로 거주지를 옮깁니다. (군견을 분양받고 싶은데) 국방부의 군견을 담당하시는 부서의 담당자분 연락처를 부탁합니다.”
#2. “시골에 몸이 불편하고 홀로 계시는 형님께 영특한 개 한 마리를 선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그럴만한 여력이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기사를 보고 문득 떠올라 이렇게 글을 씁니다. 무상양도 받는 방법을 문의드립니다.”
지난 12일 국방부가 작전수행 능력이 없는 퇴역 군견을 민간에 무상 양도한다는 기사가 나간 이후 구체적인 분양 신청 방법을 묻는 독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세계일보 1월13일자 8면>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올해 3월까지 무상양도 신청 및 심의 절차를 효율적으로 정비한 이후에 퇴역 군견의 분양이 이뤄지게 된다”며 “퇴역 군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육군(☎033-264-6068)과 공군(042-552-1813)의 해당 부대로 문의하면 입양 절차를 설명 받고 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육군, 해군, 해병대에서 임무 수행 중인 군견들은 육군 제1군견훈련소에서, 공군 소속 군견은 경남 진주에 위치한 공군교육사령부 내 군견훈육중대에서 별도로 양성되고 퇴역후 관리되고 있다. 우리나라 군견 1호는 육군이 아닌 공군 출신이기도 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퇴역 군견을 번식이나 식용 거래 등 불순한 목적으로 양도받으려는 신청자를 걸러내기 위해 무상양도 신청 및 심의 절차를 엄격히 마련 중”이라며 “양도될 군견에 대해서는 중성화 수술을 실시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견은 체력과 감각이 떨어지는 여덟 살 무렵(사람 나이 48세 정도) 퇴역하는데, 동물보호법 개정 이전에는 퇴역한 군견을 의학 실습용으로 기증하거나 안락사 시켰다. 하지만 2013년 1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퇴역 군견은 다른 현역견과 동일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노후를 보낸다. 군은 동물보호법 개정 이후 민간에서 분양을 요청시 유상으로 양도할 수 있도록 했지만 유상 양도를 원하는 민간인 신청자가 전혀 없어 퇴역 군견 관리가 부담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1300여마리의 군견 중 임무수행이 불가능한 군견이 200여마리에 달하는데, 퇴역 군견 관리에 2014년 기준 약 1억7000여만원의 관리 비용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매년 퇴역 군견이 100여마리에 달한다”며 “군견에 관심이 있는 애견가들에게 좋은 혈통의 잘 훈련된 개를 무상으로 양도하고 동시에 퇴역 군견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사상 목적으로 훈련된 군견은 사람에 비해 후각은 1만배, 청각과 야간 시각은 각각 40배와 10배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1개 대대가 6시간 걸릴 수색작전을 군견은 2시간에 끝낼 정도다. 그런 만큼 강도 높은 훈련과정과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군견이 된다. 군견 후보견은 생후 9∼12개월부터 1년이 넘는 훈련기간을 거쳐 정식 군견이 되는데 10마리 중 2마리 정도만 통과한다. 현재 우리 군에는 셰퍼드(80%), 마리노이즈(18%), 레트리버(2%) 세 가지 종이 보급돼 있다. 우리나라 대표 견종인 진돗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군견병이 전역하면 통제가 쉽지 않아 군견 후보견으로는 선발하지 않는다.
흔히 군견이 일반 사병보다 계급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아니다. 군번을 대신하는 견번이 있을 뿐 딱히 계급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육군 군견병 출신 한 예비역은 “처음에 군견병으로 배치받고 부대에 갔을 때 고참이 군견에게 밥을 줄 때 반드시 경례를 하라고 장난을 친 적이 있다”며 “경례를 한 적은 없지만 군견병으로 지내면서 때로는 군견이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한 적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군견 중에는 공을 세우고 죽은 뒤 추서를 받은 사례도 있다. 군견 ‘린틴’은 1968년 1·21 사태 때 실제 작전에 투입돼 군견 최초로 인헌무공훈장을 수훈 받기도 했고, 군견 ‘헌트’는 1990년 제4땅굴 수색작전에서 지뢰탐지 중 자신의 몸으로 지뢰를 터뜨려 1개 분대원의 생명을 구해 군견 최초로 소위 계급을 추서 받기도 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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