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대칭 전력 무력화·미래전 대비 19일 국방부의 업무보고에서 화두는 단연 ‘창조국방’이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이날 “가용 국방자원의 제한과 다변화된 위협 등을 고려할 때 ‘따라잡기식’ 접근에서 탈피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국방 발전이 요구된다”며 “북한의 핵과 WMD(대량살상무기) 등 비대칭 위협에 대한 우위를 달성하기 위해 역비대칭 전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창조국방의 추진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창조국방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데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고 그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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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이날 밝힌 창조국방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법 등을 기반으로 군의 작전 수행 태세를 변혁하고, 북한의 개발 능력이 부족한 역비대칭 전력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창조형 군사력’을 건설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역비대칭 전력으로는 레이저빔,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HPM)탄, 전자기파(EMP)탄 등을 꼽았다.
북한의 현재 ICT 수준으로는 조기에 확보하기 어려운 이들 무기체계를 2020년대 초반까지 개발해 북한의 핵과 WMD를 무력화하는 한편, 미래전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레이저빔은 미군이 6년간 4000만달러를 투자해 개발했지만 지난해 말에야 수륙양용 수송함(LPD) ‘폰스’에 탑재한 30㎾급 레이저 무기체계(LaWS) 시제품의 성능실험에 성공했을 정도로 개발이 쉽지 않은 기술이다. 더욱이 아직 강력한 파괴력을 갖지 못해 미사일이나 전투기는 요격할 수 없는 상태다. 레이저빔의 가장 큰 장점은 기당 최소 10억원 이상인 요격미사일과 비교해 비용이 몇 천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탄두에서 나온 강력한 음파 진동이 환기 통로나 안테나를 통해 적의 벙커로 흘러들어가 전자 연결을 끊고 마이크로칩을 파괴해 전자장비를 못 쓰게 하는 HPM탄은 일명 ‘e-폭탄’으로 불린다. 20억W의 전력을 분출하면 반경 300여m 이내의 모든 전자제품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력한 EMP를 방출해 적의 전자장비를 무력화하는 EMP탄은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개발 중이다. 1999년부터 9년간 EMP 응용연구를 마치고 2008년 9월부터 EMP탄 시험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병 개인의 전투체계도 ‘스마트’해진다. 미래 병사는 음성과 영상,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 무전기와 휴대정보처리기를 휴대하고, 이를 통해 전투복과 통합헬멧 등 모든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헬멧을 통해서는 통신과 주야간 감시 등의 기능이 통합일체형으로 구현된다. 또한 IoT 기술을 적용한 무인감시장비와 전·평시 각종 임무를 수행하게 될 무인로봇, 무인수상함의 개발도 진행된다. 가령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초소형 무인비행체가 개발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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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통일준비를 주제로 통일부 등 4개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이 호응해올 수 있는 대화 여건 마련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한 국방장관은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창조국방의 개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1346년 영국과 프랑스가 맞붙은 ‘크레시 전투’를 거론했다. 백년전쟁의 시발로 영국군의 장궁이 프랑스 중장기병을 대파한 전쟁이었다. 장궁은 물푸레나무를 재질로 한 약 1.8m 길이의 긴 활이다. 프랑스군이 보유한 석궁과 비교할 때 사거리는 2배, 발사속도는 3배에 달했다. 무엇보다도 정확도가 높았다.
한 장관은 “1차대전 당시 참호와 기관총의 등장, 2차대전 때 프랑스 마지노선을 돌파한 독일군 전차의 ‘전격전’ 등도 전사(戰史)를 바꿨다”고 소개했다.
국방부가 이날 대통령에게 보고한 첨단 ICT가 융합된 신무기체계도 전사를 바꿀 만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무기 개발은 개념 수립에서 운용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이 전제돼야지만 세부 추진사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뜬구름잡기용 업무보고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군사전문가는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꾼 신무기 개발과 창조국방의 의미는 엄밀히 말하면 다른 것”이라며 “정권의 공약에 군이 포장만 덧씌운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군의 미래전 대비 전략과 계획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창조국방도 비슷한 사례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천안한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때는 국지도발 대비태세에 동분서주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빈발하자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망에 함몰됐다.
북한이 재래식 전력으로 도발하면 대응 재래식 전력을 확보하고, 비대칭전력 위협이 가시화되면 이를 저지하는 전력을 주로 확보하는 등 군사력 건설 계획이 즉흥적으로 오락가락한 측면이 강했던 것이다. 국방부가 이날 핵심 업무계획으로 보고한 창조국방의 개념과 추진 방향도 2∼3개월 만에 수립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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