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금융 측에 본 협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근용 노조위원장은 “경색돼 있는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 논의를 중단하고 곧바로 본 협상에 들어갈 것을 하나금융에 공식제안했다”고 말했다. 앞서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의 대리인이 외환은행장에게 서신을 보내 “60일 이내인 3월13일까지 통합 여부, 통합원칙, 인사원칙 등에 관한 실질적 협상을 통해 기존의 2·17 합의를 계승한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2012년 2월 체결된 ‘2·17 합의서’는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금융 측은 이날 노조의 제안에 대해 “진정성 있는 제의라면 검토하겠으나 진전이 없으면 1월 중에라도 통합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승인 가능성이 커지자 시간을 끌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와의 합의 없이 통합승인 절차를 강행하기에는 하나금융이나 금융위 모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노조 역시 명분 싸움에서 여론에 밀리고 있는 만큼 본 협상에서 양측이 최대한 입장차를 좁히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쟁점인 외환은행 무기계약직 2000명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큰 틀은 노사가 합의한 상태다. 다만 정규직 전환시기와 급여수준, 승진 방식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 측은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과 김기철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2013년 10월29일 “무기계약 근로자를 2014년 1월 중 6급 행원으로 전환하기로 한다”고 합의서에 서명한 것을 근거로 “사측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하나금융 측은 “합의서에는 무기계약직을 6급 행원으로 전환한다는 ‘원칙적’ 합의만 있었을 뿐 세부사항은 노사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현재 정규직의 60∼80% 수준인 무기계약직의 급여를 6급 정규직 수준으로 인상하면 매년 600억원 이상의 인건비 부담이 생겨 신규 채용이 어렵게 된다며 난색을 표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업무 성격과 난이도가 다른 무기계약직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공채 정규직들의 불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신한·국민·기업·농협은행 등 이미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거나 전환 중인 은행 대부분이 계약직 전용의 별도 직군을 만들어 기존 정규직 직군과 구분하고 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