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가’ 통한 음악 재조명 바람
음원사이트 10위권내 4곡 올라

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는 그룹 ‘터보’가 1995년 발매한 1집 앨범 타이틀곡 ‘나 어릴 적 꿈’이 터져나왔다. 나온 지 20년이 된 노래를 듣는 상황이 어색할 만도 했지만 일부 손님들은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다.
점심식사 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직장인 한모(33)씨는 “요즘에는 어딜 가나 1990년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며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201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1990년대 복고 바람’에 다시 한 번 불이 붙었다. 최근 MBC ‘무한도전’이 ‘토요일은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라는 기획을 통해 1990년대 음악을 재조명한 후부터다. 이 프로그램이 20%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1990년대 음악이 음원 차트 등을 휩쓸면서 대중문화의 전면에 등장했다.
1990년대 음악을 주로 틀어주는 클럽들은 최근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 클럽을 찾은 사람들은 따라부르기 쉬운 90년대 댄스곡을 함께 ‘떼창’하며 당시 유행했던 춤을 따라 추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평소 90년대 음악 클럽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변모(27)씨는 “토토가가 방송된 이후 클럽에 들어가려면 황금 시간이 아닐 때도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며 “회사 뒤풀이를 90년대 음악 클럽에서 하는 직장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90년대 노래 열풍은 노래방과 음원 사이트도 휩쓸고 있다. 노래방 책자 맨 뒤에 있는 신곡부터 찾아 걸그룹 노래를 즐겨 부르던 젊은 층까지 90년대 노래를 찾아 부른다. 노래방 아르바이트생 오모(27)씨는 “토토가 방송 이후 방마다 소찬휘, 김건모, 조성모 노래만 들린다”며 “카운터에 앉아 있으면 9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KT뮤직 음악사이트 ‘지니’에는 이날 오후 실시간 차트에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엄정화의 ‘포이즌’, 쿨의 ‘애상’ 등 1990년대 인기 가수들의 노래가 4곡이나 10위 안에 올라왔다.
90년대 복고 열풍은 1990년대 대학생의 첫사랑을 다룬 영화 ‘건축학개론’이 개봉한 무렵인 2012년 초부터 시작됐다. 영화는 관객 411만여명을 동원했고, 삽입곡인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등 90년대 노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과 2013년 케이블TV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가 각각 방송되며 복고 분위기를 이끌었고, 이번에 ‘토토가’ 방송으로 90년대 열풍이 무르익은 셈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90년대 젊은 시절을 보냈던 세대가 사회 주류인 30∼40대가 되면서 당시 문화가 재조명 받고 있다”며 “90년대 음악은 아이돌 그룹 일색인 지금보다 다양하고, 쉬운 멜로디와 공감 가는 가사가 많아 오늘날 젊은 층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현태·이지수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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