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광주U대회)의 가장 큰 목표는 저비용·고효율의 경제대회를 치르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국제스포츠대회 대부분이 빚더미에 나앉으면서 세금 먹는 하마라는 지탄을 받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광주U대회 조직위원회는 대회 준비 초기단계부터 비용을 줄이는 경제대회를 표방해왔다. 광주U대회가 적은 비용으로 국제스포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조직위가 광주U대회 비용을 줄이는 방안은 크게 3가지다. 수백억원이 드는 경기장 신설을 최소화하고 대신에 기존의 경기장을 개·보수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선수촌 비용을 절감하고 마케팅 권리를 확보하는 방안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FISU에 경기장 시설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 결과 당초 경기장은 76개소에서 70개소로 조정되고 경기장 신설은 15개소에서 3개소로 줄었다. 신설되는 경기장은 다목적체육관, 수영장, 양궁장 등 3곳이다. 테니스장은 증설된다. 신설 경기장도 대학 부지 내에 건립해 토지매입비와 사후 운영비 부담을 크게 해소했다.
나머지 66개 경기장은 기존시설을 개·보수해 사용하거나 광주·전남북지역의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당초 수구 종목 경기장으로 지정된 전남 목포시립수영장을 국제기준에 맞춰 개보수하려면 40억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1억원의 개보수 비용만 들이면 되는 전남체육고교로 수구 경기장을 변경했다. 당초보다 39억원의 예산을 절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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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풍암동에 있는 광주 월드컵경기장의 모습. 광주U대회의 경기장은 모두 70곳이며, 이 가운데 광주월드컵경기장이 주경기장으로 활용된다. 조직위원회는 대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경기장 신설을 최소화하고 기존의 경기장 여러 곳을 개·보수해 활용한다. |
이 같은 경기장 신설 축소로 수백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또 경기장 시설 기준을 완화한 것도 예산을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축구장의 경우 주간에만 훈련을 해 라이트시설이 필요없게 됐다. 배구장과 농구장은 당초 5000석의 관중석에서 부족분은 접이식 의자로 대체할 수 있도록 완화됐다.
이 같은 방법으로 조직위가 절감한 예산은 모두 1427억원이다. 신축경기장 낙찰 차액과 양궁장 위치변경 등으로 514억원을 비롯해 개보수 공사 640억원, 진입도로 개설 260억원 등이다. 이는 당초 정부 승인액 4683억원의 31%에 해당된다.

조직위는 예산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선수촌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래서 나온 게 민간자본으로 광주 서구 화정동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것이다. 조직위는 민간업체가 재건축한 아파트를 임대해 대회 기간동안 숙소로 활용하기로 했다. 조직위와 민간업체는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 2508가구를 임대해 선수단과 임원 등 1만4000여명의 숙소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국제스포츠대회 사상 첫 사례다.
조직위 관계자는 “선수촌을 건립하는 데 드는 예산절감과 함께 개최 후 선수촌 분양이라는 부담을 더는 효과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의 경우 민자유치 실패로 도시공사에서 건립, 분양했지만 선수촌 사용 후 분양이 되지 않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조직위가 마케팅 권리를 100% 확보하면서 광주U대회의 실속있는 경제대회의 길을 열었다. 지난 3년간 FISU와 20여 차례 협상을 통해 국내외의 모든 마케팅 권리를 확보했다.
국제 스포츠대회에서는 유례없는 일이다. 국제스포츠대회의 마케팅 권리는 통상 국제기구에 귀속되는 글로벌 권리와 개최도시가 보유하는 로컬 권리로 구분된다. 글로벌 권리를 판매해 얻은 수익은 국제기구와 조직위가 배분하는 구조다. 통상적으로 조직위가 20%의 수익권리를 얻는다.
마케팅 권리 확보로 조직위는 광주U대회 로고와 후원사 명칭을 독점적으로 사용해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됐다. 이를 대가로 조직위는 대회 운영에 필요한 금전과 물자, 용역 등을 조달할 수 있다. 글로벌 마케팅 권리가 조직위에 없다면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을 조직위가 유치할 수 없고, 국제기구에 추가예산을 부담하고 권리를 얻어야 된다. 10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회 후원사 유치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조직위는 현재 13개 기업을 후원사로 유치했다. 글로벌 마케팅 권리를 통해 기아차와 SK C&C, SK텔레콤, 아시아나 등 글로벌 기업을 유치했다. 올 상반기까지 20여개사를 후원사로 확보할 방침이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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