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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위학일익 위도일손(爲學日益 爲道日損)

관련이슈 황종택의 新 온고지신

입력 : 2014-12-31 18:39:18 수정 : 2014-12-31 18: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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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과 비움-. 자연의 순리다. 물론 채우기는 필요하다. 채우지 못하면 기본적인 힘을 유지할 수 없기에 어느 정도 잘 해야 한다. 중요한 건 비움이다. 예컨대 낙엽은 나무의 자기 비우기의 결과다. 나무에게 잎은 매우 소중한 존재이지만 비워야 하기에 과감하게 낙엽을 떨군 것이다. 그래야 추운 겨울에 나무가 살고, 봄에 새로운 잎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채우기만 하고 비우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어렵다. 채우기에만 급급하는 탐욕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채근담’은 이렇게 경책하고 있다. “사람이 한번 사사로운 이익을 탐내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人只一念貪私)/ 꿋꿋한 기상도 꺾여 나약해지고, 지혜는 막혀 어두워지며(便銷剛爲柔塞智爲昏)/ 어진 마음이 변해 사나워지고, 깨끗한 마음이 물들어 더러워져서(變恩爲慘 染潔爲汚)/ 한평생 닦고 기른 인품을 망가뜨리고 만다. 그러므로 옛사람들은 탐내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았으니(壞了一生人品 故古人以不貪爲寶)/ 이것이 곧 세상을 초월하는 방법이다(所以度越一世).”

그렇다. 우리는 채움의 결과로 지식·명예·권세·재물 등의 지적·정신적 산물과 물질을 향유해 간다. 상식적인 진리가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으로부터 채워진 산물들에서 채움과 비움이 조화를 이루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만 균형을 잃으면 병들고 불행해진다. 이렇게 우리의 몸과 마음,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행복은 결과적으로 채움과 비움의 소통과 순환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순행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배움은 채우는 것이요, 도는 비우는 것이다(爲學日益 爲道日損)”라고 가르친 바는 채움과 비움, 소통과 순환의 가치와 의미를 함축적으로 일러주고 있다.

세상을 살면서 만나게 되는 고통의 대부분은 탐욕에서 생겨난다. 맑고 평화로운 마음은 기름진 음식, 고급 승용차, 큰 집 등에 비할 바 아니다. 2015년 새해엔 채움과 비움의 순환이 순조로운지 챙겨보자.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살맛나는 세상의 출발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爲學日益 爲道日損 : ‘배움은 채우는 것이고, 도는 비우는 것이다’는 뜻.

爲 할 위, 學 배울 학, 日 날 일, 益 더할 익, 道 길 도, 損 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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