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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싱글세와 창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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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30 22:24:43 수정 : 2014-12-31 01: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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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율 때문에 ‘싱글세’를 매겨야 할지도 모른다는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일이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복지부는 앞으로는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에게 페널티를 줘야할지 모른다는 농담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싱글들은 “독신이 죄냐?” “고령화 사회가 문제면 생존세도 매길 기세다” “인간이 애 만드는 기계냐!”며 발끈했다.

미국의 벤저민 플랭클린은 “이 세상에 죽음과 세금 말고는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고 했다. 우리 속담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 독일 속담 ‘거짓말에는 세금이 안 붙는다’와 궤를 같이한다. 기업인들은 늘 세금과의 전쟁을 치른다. ‘세금 줄이는 ○○가지 방법’이라는 책은 십수년째 스테디셀러다. 현대인은 늘 세금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 역사에는 기이한 세금이 많다. 그중 가장 유명한 창문세는 1695년 12월31일 영국의 윌리엄 3세가 도입한 세금이다. 처음에는 벽난로가 있는 집에 세금을 부과했으나, 벽난로 설치 유무를 확인하기 어렵자 창문 수를 기준으로 삼았다. 사람들은 합판으로 창문을 가려 위장하는가 하면 아예 벽돌로 막아버리기까지 했다. 그 후 창문 없는 건물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일조량 부족으로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자 1851년 폐지됐다. 나쁜 세금의 상징이다.

창문세에서 힌트를 얻은 프랑스는 창문의 폭으로 세금을 부과했다. 부자만이 창을 넓게 낸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사람들은 창 폭을 좁게 만들어 출입문이라고 우겼고, 폭 좁은 창문이 지나치게 많이 달린 건물들이 증가했다. 그러자 원인을 알 수 없는 돌림병이 돌았다. 좁은 창문이 세균의 확산을 가져온 것이다. 1925년 창문세 폐지 이후 영국 정부가 만든 건 모자세였다. 모자 가격에 따라 차등적으로 세금을 부과했다. 이 밖에도 장갑세, 벽지세 등 다양한 세제를 만들어 세금을 물렸다. 17세기 말 제정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귀족들의 구레나룻에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세금을 더 걷으려는 정부와 덜 내려는 국민 간의 이해가 충돌한다. 유럽에서는 세금 때문에 종종 전쟁과 혁명이 일어나기도 했다. 프랑스혁명과 러시아혁명도 과세 갈등이 도화선이 됐다. 세금 인상만으로 복지를 해결하려는 하책은 그만둬야 한다. 조세저항은 외적의 침입보다 무섭다.

조정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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