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려주세요. 제 친구 맥스가 죽어가고 있어요!”
수화기 너머에서 들린 목소리는 다급했다. 신고 전화를 받은 구조대는 재빨리 구급차 2대를 출동시켰다. 총에 맞은 친구에 이어 자신도 죽을지 모른다는 남성의 목소리는 오히려 전화받은 담당자를 더욱 긴장시켰다.
그러나 데이비드 헬렌(25)의 신고전화는 거짓이었다. 그가 말한 친구 ‘맥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컴퓨터 게임 ‘GTA 5(Grand Theft Auto 5)’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였다. 물론 맥스가 총을 맞은 건 게임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게임 중독에 따른 현실과 가상의 혼동일까.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영국 메트로 등 외신은 잉글랜드 동북부 사우스실즈 지역에 사는 헬렌의 장난전화와 관련해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헬렌의 장난전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달 8일에도 악의적인 장난전화를 걸어 법원으로부터 12개월에 걸친 정신치료 명령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불과 1달 만에 헬렌은 같은 장난을 치고 말았다. 그의 장난전화는 무려 12분이나 이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는 맥스라는 사람이 가슴에 총을 맞아 의식을 잃었다고 신고했다”며 “숨도 쉬지 않고 죽은 것처럼 보인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피고는 자신도 공격을 받을 것 같다며 공포에 질린 소리를 질러댔다”고 덧붙였다.
헬렌은 법정에서 자신이 장난전화 걸었던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는 법정에서 전화기로 묘사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순순히 털어놓았다. 이에 법원은 헬렌에게 기존의 정신치료와 더불어 보호관찰 18개월을 명령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메트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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