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33)씨는 평소 만두를 즐겨 먹는다. 박씨는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면 만두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며 "한 주에 보통 4~5번 챙겨 먹으며, 최근 만두 종류가 다양해져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고 밝혔다.
꽁꽁 얼어붙어 모든 것이 멈춰진 듯한 겨울. 이때라야 제 맛을 내는 음식이 있다. 바로 뜨끈뜨끈하고 속이 꽉 찬 겨울의 맛, 만두이다. 껍질의 재료나 모양, 삶는 방법에 따라 그 종류도 제 각각이다. 가루 반죽을 쓰지 않아도 생선이나 육류, 채소 등 재료를 넓게 펼쳐서 소를 넣고 아물린 것이 모두 만두다.
밀가루가 부족하던 시절, 밀가루를 대신할 다양한 만두피가 발달해 온 우리나라의 만두. 버릴 것 하나 없는 명태는 만두의 피가 되고 소가 됐고, 담백한 만두에 꼭 어울리는 짝꿍 같은 김치의 재료도 됐다. 쌀마저 귀하던 강원도 어촌마을에서 만나는 만둣국에서는 수수전을 지져 넣어 쌀떡을 대신하던 선조의 기지를 엿볼 수 있다. 양미리를 통째로 넣어 푸짐하게 끓여낸 어부들의 만둣국에서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어만두까지, 부족함을 다양함으로 승화시킨 각양각색의 만두가 입을 즐겁게 한다.
◆ 만두, 국수 못지 않은 범세계적인 요리
이 같은 만두는 국수만큼이나 범세계적인 요리이다. 우리나라의 만두를 비롯 ▲중국의 딤섬 ▲이탈리아의 라비올리 ▲인도의 사모사 등 거의 모든 나라에 고기나 야채 등으로 속을 채워 밀가루 전병으로 감싼 만두 형태의 요리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종류를 자랑하는 중국의 딤섬은 어느새 우리 식문화에도 깊숙이 스며들어 중식당뿐 아니라 뷔페에서도 별도 코너가 마련돼 쉽게 맛볼 수 있는 메뉴가 됐다.

최근엔 딤섬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늘어 홍콩식·대만식·광동식 등 각 지방 특유의 딤섬을 맛볼 기회도 많아졌다. 딤섬(點心·Dim Sum)은 중국 표준어로 '뎬신'이라고 한다. '점심'이라는 한자대로 풀이하면 '마음에 점을 찍다'는 뜻처럼 아침과 저녁식사 사이에 마음을 살짝 건드릴 정도로 간단하게 먹는 음식이다. 약 3000년 전부터 중국 남부의 광둥지방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한 딤섬은 여러가지 유래가 전해지고 있지만, 농사꾼들이 일을 하다 잠시 쉴 때 차와 함께 곁들여 먹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딤섬의 종류는 지역과 재료·조리법·모양에 따라 수백여 가지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왕만두처럼 피가 두껍고 대체로 둥글게 빚어서 감싼 형태의 딤섬을 '바오(包)'라고 하는데 육즙이 가득한 샤오룽바오(小籠包·소롱포)가 대표적이다.
◆ 중국서 만두 시키면, 만두소 없이 빵만 나와…주문시 유의해야
하지만 중국에서는 만두(만터우)를 시키면 만두소 없이 빵만 나오기 때문에 주문 시 유의해야 한다. 바오와는 달리 피가 얇아 속 내용물이 들여다보이는 딤섬을 ‘자오(餃)’라고 한다. 한입 크기로 아담하며 서로 맞물려 다문 형태로 고기만두를 떠올리면 된다. 바오와 자오의 중간 형태로 마치 하나의 수공예품을 연상케 하듯 윗부분이 꽃봉오리처럼 활짝 핀 형태와 윗부분이 닫혀 있지만, 여러 색상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형태를 마이(賣)라고 한다. 새우나 찹쌀 등의 재료가 보이도록 하여 식욕을 자극하는 특징을 가진 쇼마이가 이에 해당된다.
딤섬의 속재료로는 상어지느러미나 해삼·게살·새우 등 고급 해산물을 비롯해 ▲소·돼지·닭·양고기 등 육류 ▲감자·당근·버섯 등 채소 ▲단팥이나 밤처럼 달콤한 앙금류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는데 재료에 따라 이름을 구분하기도 한다.

주로 야채가 들어가면 차이(菜·채), 고기는 러우(肉·육), 새우는 샤(蝦·하)로 표기돼 딤섬 이름만으로 재료와 모양을 구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차이러우쩡자오는 재료로 야채와 고기가 들어 있고 모양은 자오 형태의 딤섬이다. 모양과 재료 외에 딤섬은 담백하게 찜통에 찌거나, 바삭하게 기름에 튀기거나 노릇노릇 구워서 먹기도 해 조리방법에 따라서도 딤섬을 구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원래의 딤섬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한국의 딤섬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고기 향과 간을 많이 줄인 편"이라며 "중국인들이 먹어보면 좀 싱겁다고 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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