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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마카다미아(견과류) 서빙 문제와 관련해 승무원들을 질책하던 조 전 부사장이 “무릎을 꿇은 채 매뉴얼을 찾는 승무원을 일으켜 세워 위력으로 밀었다”며 “한 손으로 승무원의 어깨 한쪽을 탑승구 벽까지 거의 3m를 밀었다”고 말했다.
사무장의 하기는 조 전 부사장이 아닌 기장의 지시였다는 대한항공 측의 해명에 대해서도 박씨는 사실 관계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처음에는 승무원에게 내리라고 했으나, 사무장에게 ‘당신이 책임자니까 당신 잘못’이라며 내릴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씨의 진술은 하기 조치된 박창진(44) 사무장이 조 전 부사장이 자신에게 심한 모욕을 주고, 비행기에서 내릴 것을 지시하는 등 ‘월권’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12일 KBS와 가진 인터뷰 내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은 “처음 듣는 일, 모르는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같은 날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각각 램프 리턴과 관련해 사과했다. 이들의 사과가 과연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폭언·폭행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사과하기 위해 직접 집을 방문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14일 오전 박 사무장과 피해 승무원의 집을 각각 찾았으나 두 사람 모두 집에 없어 만나지 못하자 사과의 내용을 담은 쪽지를 남겨두고 왔다.
사건이 대한항공 측과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 간의 ‘진실 공방’으로 확대됨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15일 전면 재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앞서 박 사무장은 지난 8일 진행된 국토부 조사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 사무장은 조사 출석 전 대한항공 측의 거짓진술 압박과 회유 때문에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사무장은 대한항공 측에서 직원을 집으로 보내 “조사관이 대한항공 출신이라 (조사가)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조사관 중 일부는 대한항공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박 사무장과 기장, 객실 승무원 조사 과정에서 사실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박 사무장 등을 다시 불러 대한항공의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본사 임직원을 상대로 조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시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당시 비행기에 탑재돼 있던 블랙박스를 지난 12일 압수해 외부기관에 복원을 의뢰한 상태다. 하지만 블랙박스가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검찰에 넘겨진 데다 조종실 음성 녹음장치가 2시간마다 앞선 녹음 기록을 지우고 새롭게 덮어쓰도록 설계돼 있어 램프 리턴 당시 대화 내용이 복원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사무장을 비롯한 사원들에게 협박을 해 국토부 조사에서 진술이 엇갈리게 됐을 것”이라며 “그동안 대한항공이 계속 거짓 해명을 하고 국민과 언론을 속인 것에 대한 반성이 없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의 음주 여부도 관심이다. 조 전 부사장은 국토부 조사에서 “비행기 탑승 전 저녁자리에서 지인들과 함께 와인 1병을 나눠 마셨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이 확인이 어려운 음주 여부를 스스로 털어놓은 것은 취중에 ‘실수’로 승무원들을 지나치게 다그쳤다는 취지로 책임을 줄이려는 면피성 진술로 보인다.
나기천·오현태·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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