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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질책으로 대한항공은 이틀 만에 조중훈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고 당시 사장이던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이 사장직에서 물러나 대외업무만 하는 회장직을 맡는 것으로 대처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후 대한항공에 대한 강력한 세무조사 등을 거쳐 같은 해 조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했다.
그로부터 15년. 조현아(40)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한진그룹 오너가의 리더십이 또다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한계 드러낸 오너십
대한항공은 괌 사고 이후 외국 항공사의 경영 컨설팅까지 받아가며 정상화에 성공, 2000년대 들어서는 국적사 중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1999년처럼 총수 일가의 도덕성에 다시 치명상을 입히면서 그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려버렸다. 그동안의 개혁 작업이 ‘모래 위에 쌓은 성’이란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무엇보다 램프 리턴 사건의 발생 원인과 대응 과정에서 조 회장 리더십의 총체적인 부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다급해진 조 회장이 뒤늦게 딸의 모든 직책을 박탈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 뒤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내부 구성원 반발까지 불러 오너 일가와 직원 사이의 진실 게임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조 전 부사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오너 일가 경영 시스템의 고질적인 폐단이 드러나면서 조 회장의 리더십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조 회장이 맡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지난 12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공적인 자리인 만큼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조직위원장직을 계속 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 대처과정에서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회유·협박 등 비도덕적인 행태가 난무한 만큼 조 회장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너 일가 경영권 승계도 도마에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우선 조 전 부사장 3남매는 지난해 5월 조 회장에게서 대한항공 주식 773억원어치를 증여받으면서 그룹사의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또한 조 전 부사장은 1999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7년 만에 임원을 달았다. 조원태(38) 부사장은 2003년 8월 입사해 4년 만에, 조현민(31) 전무는 3년 만인 2010년에 임원을 달았다. 특히 조 전무는 역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최연소 임원 기록을 세웠다. 경영 능력에 따른 보수나 승진이라고 보긴 어려운 대목이다. 그런데도 삼남매의 후계 구도 확립은 차곡차곡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로 물러나긴 했지만 조 전 부사장은 최근까지 대한항공이 공을 들이고 있는 호텔 사업을 총괄했다. 조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 대표이사에 아버지와 나란히 이름을 올리면서 주력·핵심 계열사를 맡을 전망이다. 막내 조 전무는 대한항공의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에서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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