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인 김모(33)씨는 지난 주말 가족들끼리 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쏘나타 디젤 차량에 주유 후 귀가했다. 다음 날 가속 페달을 여러 번 밟아야 시동이 걸리는 등 차에 이상 현상이 심해 카센터에서 연료탱크를 점검했다. 그 결과 휘발유가 섞여 있었다. 김씨는 전일 주유할 때 결제한 신용카드 영수증에서 휘발유가 주유된 것을 확인하고 해당 주유소에 항의했지만, 이 주유소는 혼유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는 “정말 황당하고 억울한 데 이 같은 혼유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 대학원생 최모(29)씨는 최근 집 근처 주유소를 찾아 베르나 디젤 차량에 경유 주유를 요청했지만, 휘발유가 주유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중단시켰다. 해당 주유소 관계자는 "휘발유가 1.8L 들어가 윤활유 기능이 더 좋아진다"고 말한 뒤 경유로 바꿔 주유했다. 이 같은 사실을 최씨에게 전해들은 박모(48)씨는 이 주유소에 혼유 피해 수리비 배상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처럼 경유 차량에 휘발유를 주유해 차량이 손상되는 피해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주유 전 시동을 끄고 경유 차량임을 주유소에 알려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혼유 관련 피해 상담은 2012년 141건, 2013년 118건, 2014년(1~11월) 125건으로 추세적으로 줄지 않고 있다. 상담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면 총 384건 피해 차종 가운데 국산 자동차는 '뉴프라이드'가 2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액센트(18건), 스포티지·크루즈(1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수입 자동차는 '골프' 피해 사례가 16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주유 후 혼유 사실을 알게 됐다고 답한 비율이 58%로 주유소에서 알게 된 비율(42%)을 웃돌았다. 출력저하를 비롯해 소음발생, 시동불능 등 차량에 이상 현상이 발생해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혼유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문제는 경유 차량 구조상 혼유 가능성은 늘 상존하는 반면, 소비자가 혼유 피해를 보상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유 차량의 차량 연료주입구 직경은 휘발유 차보다 최소 0.8% 가량 넓어 휘발유 주유기가 들어갈 수 있다. 특히 혼유 피해 상담 384건 가운데 108건(28%)은 주유소에서 혼유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혼유 사실을 인지하고 뒤늦게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주유 금액을 현금으로 결제할 때 주유소의 책임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주유 전 반드시 시동을 끄고 주유원에게 경유 차량임을 알려야 한다"며 "시동을 켠 상태에서 혼유 사고가 발생하면 수리 범위가 넓고 소비자의 일부 과실이 인정돼 100% 보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가급적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금액과 유종을 확인해야 혼유 피해를 입었을 때 주유소 과실을 입증하기 쉽다"며 "주유 이후 차량에 이상이 발생하면 주유소에 먼저 연락한 후 정비업체에 견인을 의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혼유 관련 소비자 주의사항
▲주유 전 반드시 시동을 끄고 주유원에게 경유 차량임을 알린다. 주유 당시 시동을 켜 두거나 주유원에게 경유 차량이라고 별도의 고지를 하지 않은 경우, 소비자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어 100% 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혼유 사고가 발생하면 연료탱크 청소 등 저렴한 비용으로 간단하게 수리가 가능하지만, 시동을 켠 상태에서 혼유 사고가 발생될 경우 연료 계통 부품 교환 등 수리범위가 넓어진다.
▲가급적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금액과 유종을 확인한다. 주유금액을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해당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등 주유소 과실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가급적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금액과 유종(경유)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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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유 시 손상될 수 있는 연료계통 부품 범위. 한국소비자원 제공 |
▲주유소가 혼유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을 약속할 경우 그 내용을 서면으로 받아 둔다. 수리를 약속한 후 저렴한 비용을 들여 일부만 수리하거나, 수리비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으므로 수리 범위 등을 미리 협의한 후 그 내용을 서면으로 받아 두는 것이 좋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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