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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베네케·리디아 베네케/김희상 옮김/알마/1만9800원 |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 7년 동안 300여명의 어린 소년을 살해한 콜롬비아의 연쇄살인범 가라비토 등등….
신간 ‘악의 어두운 창고에서’는 끔직하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괴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히틀러나 가라비토의 범행은 차라리 점잖다고 해야 할 정도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사건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저자인 마르크 베네케는 곤충학을 전공한 법의학자로 ‘연쇄 살인범의 고백’ ‘살인본능’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는 범의학 대중서 3부작을 펴낸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악의 어두운 창고’에서는 범죄자의 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잔혹한 범죄자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이들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본다. 이 ‘괴물’들의 인생 여정을 거꾸로 따라간 저자는 그 끝에서 작고 여린 ‘어린 아이’를 발견한다. 루이스 알프레도 가라비토는 어려서 아버지에게 수시로 매질을 당했으며,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아버지 친구에게 성폭행까지 당했고, 그 부정적인 기억이 고스란히 기억에 남아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있는 소년들에 대한 끔찍한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많은 사례들을 다루며 공통점을 발견한다. 잔혹한 범죄의 씨앗은 대부분 범죄자의 어린 시절 상처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똑같이 심리적,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은 그들에 대한 ‘관심의 정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그들에 대한 주변의 작은 관심이야말로 범죄를 막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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