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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알리페이, 국내시장서 과연 통할까?

입력 : 2014-12-09 17:21:00 수정 : 2014-12-19 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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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점유율의 해외 결제기업, 국내시장 장악은 쉽지 않아
해외와 국내 결제서비스업체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 것
해외 비금융기업의 금융서비스 진출 현황. 출처=한국산업은행
미국 이베이의 '페이팔', 중국 앤트파이낸셜의 '알리페이' 등 해외 간편결제 거대 기업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중국 등지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더라도 국내 시장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사업을 선도하고 있고, 자본 규모가 크고, 인지도가 높다 해도 국내 시장에서 무조건적인 성공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신용카드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밴(VAN)사업체와 유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퍼스트데이터'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 밴 시장에서는 15~2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한다"며 "페이팔, 알리페이 등 글로벌 기업이 자국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가졌더라도 국내시장을 장악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 시장 구조 다른데 압도하기 힘들 것

현재 간편결제가 성공한 미국, 중국 시장의 경우 금융 접근도가 낮아 은행 계좌 개설과 신용카드 가입이 쉬운 우리나라의 구조가 다르다는 점이 해외 기업 성공의 변수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행한 '국내외 비금융기업의 지급서비스 제공현황 및 정책과제'에서는 전통적인 은행서비스 이용이 곤란한 저소득층이나 이민자 등이 모바일 등을 이용해 지급서비스 및 금융서비스에 용이하게 접근하려는 수요가 증대한 것을 해외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미국 전체 가구 중 7.7%가 은행 계좌가 없고, 20%는 은행 계좌가 있었으나 현재는 금융 서비스 사용이 어려워 다른 수단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한국의 경우엔 통장과 신용카드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미국의 경우 자신의 신용정보를 증명할 수 있는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통장 개설이 가능하고, 이후 신용 실적이 쌓여야 신용카드 가입이 가능하다"며 "그 대안으로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간편결제가 보편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체크·신용카드 및 휴대폰 소액결제가 가능한 한국의 전자상거래 구조와 미국의 상황은 다르며, 간편결제가 활성화돼 있는 중국 역시 대도시를 제외한 대다수 도시의 경우 은행 부재 등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장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 2일 펴낸 '규제 많은 미국이 핀테크를 선도하는 이유'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신용카드 보급률은 8%에 불과한 반면 스마트폰 보급률은 작년 기준 70%에 달해 오프라인에서의 모바일 결제가 성공하기 쉬운 상황이다.

◆ 수수료율 경쟁? 서비스 경쟁할 것

일각에서는 페이팔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율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단기간에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한국 시장 구조 상 낮은 수수료율론 이익을 낼 수 없단 의견이 나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페이팔이 국내 시장에서 미국 수수료율을 그대로 사용할 시 2%대의 낮은 수수료율로 승부할 것이란 의견이 있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국내시장의 특성상 수수료율이 3% 이상은 돼야 중간 이윤이 생겨 카드사와 전자결제대행사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낮은 수수료율로 경쟁한다면 국내시장 진출 초기엔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영상의 한계가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간편결제 업체들은 외국기업이 수수료율로 경쟁한다면 한국인에게 맞는 서비스와 뚫리지 않는 보안으로 경쟁하겠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자상거래가 활발한 한국에 '편리한 전자상거래 대체 수단'인 외국에서의 서비스 그대로 들어오게 된다면 수요자들에게 메리트가 없어 성공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에 차이가 없다면 국내 대다수 카드사 및 전자결제대행사가 간편결제를 시작한 상황에서 고객들은 이미 익숙하고, 가입의 번거로움이 없는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 역시 "미국·중국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은 국내시장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 시장 분석 비용을 지불하고, 성공 가능성이 불분명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소탐대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기업이 진출하면 그보다 나은 서비스, 국내 고객들의 니즈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안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해외기업, 국내시장 진출 의지 있나?

금융당국은 그간 애플, 구글, 이베이 등 해외에서 간편결제를 하고 있거나 서비스할 예정인 글로벌 IT기업들의 한국 시장 전반에 대한 문의는 있었지만 시장 진출을 하겠다고 나선 업체는 없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등록·협의를 하지 않은 경우라 정확히 몇 건, 어떤 문의가 있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없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문의는 지난 2011년부터 있었다"면서도 "국내 시장 진출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물음보단 진출에 대한 포괄적인 질문들이 있었고, 이후 진출을 타진해 온 업체는 없었다"고 전했다.

국내외에서 이들 업체들과 직·간접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들 역시 이들의 국내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 들은 바 없다고 알렸다.

국내 제휴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 진출의 경우 대외비라 일부 서비스에 한해 제휴를 맺는 업체에 정보를 공유할 리 없지만 제휴 진행 과정에서 국내 시장의 간편결제 시장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이나 관심 등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협업 중인 IT업체 관계자 역시 "진출 여부를 들은 것은 없지만 글로벌 기업이 금전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국내시장에 진출하진 않을 것"이라며 "해외 기업들이 진출을 하게 되면 ICT 산업을 선도한다는 이미지가 큰 한국에서 연구개발(R&D)의 목적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제 시작,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올해 간편결제가 세계적인 이슈가 됐고, 국내시장에서도 올해 하반기에만 20개 가까이 되는 신규 서비스가 시작 및 향후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이 격전의 장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대체 결제 시장은 올해엔 형성 초기 단계로 시장에 알려졌지만 내년에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외 기업들의 진검승부로 내년 이맘때쯤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현재 카카오페이, 페이나우, 삼성월렛 등 국내 서비스가 갓 출시했고 해외 선도 기업들이 국내 진출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기업이 시장에서 우세를 점할 것이라고 전망할 순 없다"면서 "가맹점 확보, 수수료율, 마케팅 경쟁에서 이기는 업체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 한국의 모바일결제는 주로 휴대폰 소액결제나 모바일뱅킹에 국한되어 있는 초보적 수준"이라면서도 "올해를 기점으로 규제완화와 더불어 신용카드 기반 모바일 간편결제, 은행계좌 기반 모바일지갑 부문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성 연구원은 "현재 미국과 중국의 모바일결제 시장은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서 있다"며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NFC 방식의 모바일 오프라인결제 시장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급부상할 것이므로 비콘 등 NFC 이후의 기술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종진 기자 truth@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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