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최근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7월까지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7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오펙(석유수출국기구)에서 원유 생산량을 감산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초과 공급에 따른 우려가 유가 하락세를 부추겼다. 유가 하락을 놓고는 선진국과 에너지 부국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주식시장에서도 업종별 수혜가 갈린다. 석유 수입국 한국으로서는 수입 단가 하락에 따른 비용 감소 요인은 존재하지만 세계경제 위축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도 상존할 전망이다.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통적인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으로서는 저유가가 수십조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불러와 교역조건이 개선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0월 발간한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하락하면 국내 소비(0.68%), 투자(0.02%), 수출(1.19%)의 개선 효과가 기대되며 국내총생산(GDP)은 0.27%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부진이 세계 경기 침체로 급속히 진행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가 하락은 일본, 유럽 등 선진국 등에는 경기 개선 요인일 수 있으나 자원수출 의존도가 높고 경제 펀더멘털은 취약한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러시아는 유가급락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 수출에서 원유·가스 비중은 70%에 달한다. 1998년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연기)도 아시아 외환위기에 따른 유가급락이 배경이었다.
한국 금융기관들의 대러시아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21억6000만달러로 전체 익스포저의 1.6%로 비중 자체는 크지 않다. 그러나 러시아의 위기가 동유럽을 중심으로 유럽연합(EU)으로 확산되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원자재 수출국 경기위축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 한국도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가 하락이 한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이사·허진욱 거시경제팀장은 한국은행이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원유도입단가를 평균 배럴당 99달러(약 11만원)로 가정한 데 따른 것으로 최근에는 30%가량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한은이 내년 1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한은이 내년 초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며, 내수 회복 속도에 따라 추가 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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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주 옥석 가리기
유가 하락이 한국 증시의 변수가 되면서 투자자들은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업종별로는 직접적인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나는 항공, 운수, 레저, 음식료, 전력·가스 등이 수혜주로 떠올랐다.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업종에서도 소비 증가에 따른 간접 수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일 머니’가 위축되면서 중동지역의 건설발주와 원유 생산 관련 프로젝트가 영향을 받아 건설, 조선, 기계, 정유 등에서는 벌써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이현주 연구원은 “2005년 이후 국제유가(서부텍사스유 기준) 하락국면이 모두 다섯 번 있었는데 에너지와 소재 부문의 민감도가 높았고, 통신,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부문의 민감도는 거의 없거나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상장사 전체적으로는 영업이익 감소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0년간 국제유가와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간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유가가 내리면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내릴 때 영업이익이 증가한 업종은 조사 대상 27개 업종 중 통신(-0.49)과 건설(-0.39), 증권(-0.31), 운송(-0.11), 유틸리티(-0.02) 등 5개뿐이다. 유통(0.77)과 기계(0.76), 섬유·의복(0.74), 자동차부품(0.73), 자동차(0.71), 보험(0.70), 인터넷·소프트웨어(0.69) 등 나머지 업종은 유가가 오를 때 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관계수의 플러스(+) 값이 커질수록 유가 상승 시 영업이익 상승 폭도 컸다는 의미이다. 이 수치가 플러스였다는 것은 요즘과 같은 유가 하락기에는 영업이익이 떨어졌음을, 반대로 마이너스는 영업이익이 늘었음을 뜻한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이익 외에 주가 등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보면 유가 하락은 운송과 유틸리티 업종에 긍정적”이라며 “섬유·의복, 유통, 보험, 화학, 조선, 기계, 에너지 업종에는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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