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 온실가스 발생 주원인”
“육류·유제품 덜 먹어야 기후변화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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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는 3일(현지시간) 발표한 ‘가축-기후 변화의 잊힌 부문’이란 보고서에서 “육류와 유제품 소비는 기후 변화의 주요 동인”이라며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식습관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축산은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 둘이 결합하면 강력한 온실가스가 된다”고 지적했다. 거름과 비료는 아산화질소를 발생시키며 소나 염소 같은 반추동물이 먹이를 되새김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방귀와 트림은 메탄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이다. 이 둘은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각각 26%와 39%를 차지한다. 목초지와 사료 생산을 위한 경지가 확장되는 것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을 파괴한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71억tCO₂(이산화탄소톤·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한 값)로, 전체 배출량의 14.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는 양보다 1억tCO₂ 더 많다.

현재 육류와 유제품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구대국 중국이다. 중국인들의 고기 소비량은 2011년 기준 약 7500만t으로 유럽연합(EU) 27개국(지난해 가입한 크로아티아 제외) 전체 소비량의 1.8배가 넘는다. 2011∼2021년 소·돼지·닭고기 소비량은 2000만t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가 늘면 공급도 늘게 마련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60억마리가 넘는 돼지·닭·소·양을 키운 최대 축산국이다. 이는 2위인 미국의 3배나 많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은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 모리에 의뢰해 중국·미국 등 12개국 1만20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83%가 인간 활동이 기후 변화의 원인이라면서도 29%만 육류 및 유제품 소비를 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케이스 리처즈 영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육류나 유제품을 덜 먹자는 것은) 급진적인 채식주의자의 주장이 아니다”며 “건강하고 균형적인 식습관의 일환으로, 합리적인 양만 먹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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