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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日 '헤이트 스피치' 비판 고조…주도 세력 입지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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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16 21:29:09 수정 : 2014-11-16 23: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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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집단에 대한 차별운동 기로에 “앞으로 개인 자격으로 해나갈 것이다. 정치가가 되는 건 흥미가 없다. 대신 ‘행동하는 보수’를 지향하는 정치가를 지원할 예정이다. 기술적인 면을 보강해 사상 최고의 ‘인터넷 우익’을 목표로 해나가겠다.”

대표적 혐한 단체인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이하 재특회)을 이끌어온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42) 회장은 지난 11일 공개된 일본의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 생방송’에서 이같이 말하고 사의를 밝혔다.

재특회가 결성된 2006년 말부터 무려 8년간 회장을 맡아 각종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증오 발언) 시위를 주도해온 사쿠라이 회장의 퇴장은 일본 헤이트 스피치의 현재를 상징한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비판을 받아온 일본 내 헤이트 스피치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를 주도하는 세력이 일본 내에서 점점 열세로 몰리는 대신 반대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도쿄 신주쿠(新宿)구 신주쿠중앙공원에서는 일본 시민 및 재일 외국인 2800여명이 헤이트 스피치를 반대하는 ‘도쿄 대행진 2014’를 벌였다.

이 행사에는 검정색 슈트를 단정하게 입은 많은 회사원들, 한복과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 트럼펫 등 각종 악기를 들고온 밴드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였다. 인종차별철폐기본법 제정을 추진 중인 아리타 요시후(有田芳生) 민주당 참의원은 이날 행진에서 차별주의자에 대한 승리가 머지않았다고 기염을 토했다.

◆열도 곳곳 아직도 존재

하지만 헤이트 스피치는 아직 열도 곳곳에 존재한다. 지난 3월 일본 프로축구 우라와 레즈의 사이타마경기장 관중석 입구에 ‘일본인 외 출입금지’(JAPANESE ONLY)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체로 재일 한국인 및 조선인을 비롯한 많은 외국인은 물론 각종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경우가 많다.

한국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 7월 말까지 일본 공관 및 한인 밀집지역에서 모두 921건의 반한 시위가 있었다. 연도별로는 2010년 22건, 2011년 89건, 2012년 310건, 2013년 319건, 올해 7월 말 현재 181건이었다.

특히 일본 최대의 코리안 타운으로 불린 도쿄 신오쿠보 한인 상가는 큰 타격을 입었다. 한때 가게 300곳 이상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신오쿠보 한인타운은 지난해 8월까지 헤이트 스피치 시위가 잇따르면서 손님의 발길이 끊기고 매상은 뚝 떨어졌다.

재특회 사쿠라이 회장 등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처음 제기한 재일 한국인 리신혜(42)씨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헤이트 스피치를 받거나 보고 있으면 맞는 기분이 든다. 주위에 친구가 있어도 고독감을 느끼고 심지어 고립사하는 듯한 느낌이다. 신오쿠보의 헤이트 스피치를 보고 너무 무서워 ‘이대로 죽는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했다.”

◆차별에 맞서는 풀뿌리 저항들


일본 시민들과 재일 한국·조선인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리씨가 지난 8월18일 사쿠라이 재특회 회장 등을 상대로 개인으론 처음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교토 조선학원도 재특회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교토지법은 지난해 10월7일 “재특회가 교토 조선학교 주변에서 벌인 헤이트 스피치가 유엔 인종차별철폐조약에서 금지하는 ‘인종차별’에 해당된다”며 첫 유죄 판결을 내렸다.

시민들의 대응도 활발하다. 지난해 9월 재일교포 3세인 신숙옥(辛淑玉) 인재육성기술연구소장을 비롯해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 지성인들은 헤이트 스피치에 맞서는 ‘노리코에넷’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매주 인터넷 방송을 내보내는 한편 지난해 이후 2년 연속 도쿄대행진을 주도하고 있다. 교토시에 위치한 리쓰메이칸(立命館)대 강사와 학생들도 학내의 차별적 행위의 피해자를 위한 상담 창구를 지난 9월20일 개설했다. 양식 있는 출판인은 혐한 서적 붐에 맞서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자체의 대응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도쿄도의 구니타치(國立)시 의회가 9월19일 헤이트 스피치를 포함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 정비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지방 의회로는 처음으로 채택했다.

◆규제 법제의 제정이 관건될 듯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일본 정부에 법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8월21일 헤이트 스피치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규제의 대상이라며 법적 규제를 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7월 말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B규약 인권위원회)도 재일 한국인을 향한 차별적 시위가 작년에만 수백차례 이뤄졌다며 헤이트 스피치를 국가 차원에서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정치권 내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아리타 의원이 이달 중에 인종차별철폐기본법안을 발의할 예정이고, 인기 정치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은 민사소송을 통해 극복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건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집권 자민당의 의지이다. 자민당 내 ‘헤이트 스피치 검토 프로젝트팀’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팀은 처음 총리 관저 앞의 시위도 함께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한국의 대일본 헤이트 스피치 실태와 규제 검토 상황을 조사할 것을 관계 부처에 요구하며 한발 물러섰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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