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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까마귀 '길조와 흉조의 재구성'

입력 : 2014-11-16 11:46:31 수정 : 2014-11-16 11: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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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상징 새서 퇴출되는 까치 “농작물 마구 먹고 전선사고 야기”
울산의 겨울 진객 된 떼까마귀 “되살아난 생태계로 날아와 장관”
울산 태화강 대나무숲을 찾은 떼까마귀들이 군무를 펼치고 있다.
울산시 제공
까치와 까마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같은 참새목 까마귓과 새이다. 하지만 이 둘의 신분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우리 조상들은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며 길조(吉鳥)로 여겼다. 까마귀는 검은 색깔과 음침한 울음소리 탓에 나쁜 일을 몰고오는 흉조(凶鳥)로 터부시됐다. ‘까마귀 밥이 됐다’는 말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까치와 까마귀의 신분이 뒤바뀌었다.

울산에서 까마귀는 귀한 손님 대접을 받는다. 2006년쯤부터 매년 까마귀 축제를 열 정도다. 까마귀 군무 관찰, 생태특강 등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2002년쯤부터 매년 10월이면 5만여마리의 떼까마귀와 갈까마귀가 울산을 찾는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떼까마귀 중 66%를 차지한다.

울산시는 떼까마귀가 태화강 생태복원의 상징물이라며 홍보하고 있다.매년 철새모니터 요원을 투입해 까마귀 개체수 등을 조사하고, 떼까마귀가 많이 찾도록 볍씨 2000㎏을 울주군 범서읍 경작지 일원에 뿌리는 먹이주기 사업을 펼친다.

1964년 국민공모를 통해 ‘나라새’로도 뽑혔던 까치는 2001년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는 유해동물로 지정됐다. 길조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다.

지난 3월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 직원들이 전차선을 순회하면서 까치집을 제거하는 모습.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
제주시는 3년 전부터 포획단을 꾸려 까치 수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만3300여마리의 까치를 포획했다. 까치는 1989년 제주에 반입된 이후 천적이 없고 먹이가 풍부해 개체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늘어난 까치들은 감귤과 딸기 등 농작물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한국전력과 코레일도 매년 봄 까치와 전쟁을 치른다. 매년 봄 산란기가 되면 전신주와 전차선 위에 둥지를 틀고, 전선을 쪼기도 하면서 정전사고나 전력선 단선 등의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까치집을 제거하는 데만 연간 30억여원이 쓰인다고 한전 측은 밝혔다.

지방자치단체 상징 새의 지위에서도 퇴출되고 있다. 2011년 7월 경남 김해시는 시조(市鳥)를 까치에서 기러기로 바꿨다. 유해조수로 지정되면서 오히려 시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슷한 이유로 경북 김천시는 2009년 시조를 왜가리로 바꿨고, 경기 시흥시와 경남 창원시·김해시, 함양군도 각각 원앙과 괭이갈매기, 기러기, 소쩍새로 교체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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