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런던에 본부를 둔 ‘이슬람 헤리티지 연구 재단’(IHRF)은 12일(현지시간) “예언자 출생지가 콘크리트와 대리석에 깔려 영원히 잊혀질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르판 알라위 사무총장은 “하지가 끝나면서 공사 당국이 지난주 500년 된 기둥들을 철거했다”면서 “그랜드모스크의 95%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말쯤엔 그랜드모스크 기념관·관리소 격으로 사우디 국왕의 행궁으로도 쓰이고 있는 ‘마울리드의 집’ 확장공사도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사는 사우디 당국이 수조원을 들여 진행 중인 일종의 메카 재개발 사업이다. 연간 300여만명 정도의 순례객들 안전을 위해 사원을 증축하고 마울리드도 현재보다 5배 넓히자는 것이다. 인근 지역은 호텔과 아파트, 쇼핑몰이 들어서는 상업지구로 개발된다. 사우디 최고 종교 지도자인 ‘그랜드 무프티’는 최근 “이번 공사는 그랜드모스크의 수용력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두둔했다.
하지만 일부 무슬림은 이번 리모델링 사업이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의 개인적 욕심에서 비롯해 성지를 보존하기보다는 훼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알라위 사무총장은 “숱한 유적과 유물을 콘크리트로 깔아버려 말 그대로 역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라며 원상 복구를 요구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