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아류작 ‘만주 웨스턴’도 있다. 크리스티안 레브링 감독의 ‘웨스턴 리벤지’는 보안관, 황량한 땅, 총격 신, 마차 등 정통 서부극의 요소를 모두 갖췄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려주는, 미국 정통 서부극에 대한 헌정 영화다.
덴마크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존은 7년 걸려서야 가족들을 이주시키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한 순간 온가족을 잃게 된다. 어린 아들은 차가운 바닥에서 주검으로 발견되고 사랑스런 아내는 악당에게 겁탈당한 뒤 살해된다. 존은 가족을 죽인 악당을 응징하지만 그 악당이 하필 마을의 절대 권력자 들라뤼의 동생인 것을 알지 못한다. 존은 들라뤼의 무자비한 공포 정치를 두려워하는 마을 사람들에 의해 밀고되어 붙잡히고 마지막 남았던 가족, 동생마저 잃고 만다.
영화는 존의 복수를 주된 내용으로 다루지만, 사실 잔혹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노파와 장애인을 선택해 들라뤼에게 제물로 바치는 마을 사람들, 존이 왜 들라뤼의 동생을 죽였는지 알면서도 밀고하는 행위, 척박한 황야에서 보호비를 명목으로 돈을 수탈하고 거리낌없이 사람들을 죽이는 들라뤼의 모습 등은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약한 자들을 핍박하는 뉴스 속 현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 |
올가을, 극장가에 복수의 총성이 울린다. ‘웨스턴 리벤지’는 가족을 잃은 존의 분노와 복수가 극의 기둥이다. 악당 들라뤼가 그를 잡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 들라뤼가 숨통을 쥐고 있는 마들렌이 탈출을 결심하는 등 영화 속 크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 세상의 잔혹함과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
에바 그린은 인디언들에게 혀를 잘린 뒤 말을 잃고 살면서 잔인한 무법자 들라뤼로부터 도망치려는 강인한 여인 마들렌으로 나온다. 대사 한마디 없이 오직 표정과 눈빛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데도 부족함이 없고 오히려 신비로움과 우아함, 그리고 다소 에로틱한 분위기까지 실어나른다.
눈에 익은 주연급 조연들의 선굵은 열연도 볼 만하다. 마초적 성격의 서부극답게 제프리 딘 모건, 에리크 캉토나, 그리고 미카엘 페르스브란트 등 거친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스타들이 객석을 제압한다.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와 ‘슈퍼 내추럴’ 등으로 널리 알려진 제프리 딘 모건은 시장과 보안관마저 꼼짝 못하게 만드는 절대 권력자 들라뤼를 연기해 마을을 공포로 탄압하며 도덕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캐릭터를 선보인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