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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을 둔 엄마들이 법당을 찾아 수능시험을 잘보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는 모습. |
지금까지는 학교생활 하는 아이들에게 한국 엄마들처럼 제대로 뒷받침도 해주지 못하고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맡기는 식으로 옆에서 지켜만 보면서 지내왔다. 다행히 어떤 사고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혼자 시험준비를 잘 해온 터라 큰애한테 항상 고마운 마음이 있었는데 최근 가슴 철렁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 집은 아이가 셋인데 남편이 오늘 제사가 있으니 아이들에게 일찍 집에 오라고 했던 모양이다. 그런 말을 하는 자리에 없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차에 큰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생님은 “지금 애가 수시 원서를 쓰고 있는데 제사 때문에 집에 빨리 가야 하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제사 때문에 집에 일찍 오라고 한 적이 없다. 괜찮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네, 그렇죠”라고 하시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날 밤 큰애가 집에 와서 선생님께 엄청나게 야단맞았다며 푸념을 털어놨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선생님은 “그런 거짓말까지 하며 집에 가려면 대학을 포기하라”고 화를 내셨다는 것이다.
평소에 별로 말도 없고 부모 앞에서 한 번도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던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그날 겪었던 일을 하소연 하는데 처음 접한 이런 모습에 나는 무척 당황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제일 중요한 시기에 선생님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런 불상사가 생겼으니 어쩌면 좋을까 안절부절하는 마음으로 혼자 며칠간을 고민하며 지냈다. 그런 와중에 남편이 선생님께 잘 말씀드려서 다행히 그날의 오해가 풀렸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나 그 사건으로 인해 수험생을 둔 부모와 아이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는지 느낄 수 있었다.
대학교 입학이라는 것은 아이의 실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걸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운도 따른다고 생각한다. 이런 아이에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기도하는 마음’ 뿐이며 그저 일상을 돌봐 주는 것밖에 없는 한계를 느낀다.
이런 부모의 마음은 비단 수능생을 둔 부모들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아이를 군대에 보내는 부모, 멀리 외국에 유학 보내는 부모, 아이가 아픈 부모 등 모두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올해는 ‘세월호사건’ 등 내가 살고 있는 한국과 친청 나라인 일본도 가슴 아픈 일이 많아서 기도할 때가 종종 있었다.그런데 이런 기도(祈禱)가 과학이나 의학, 그리고 종교를 넘어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가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과학은 우리 생활을 향상시키고, 의학은 몸 건강을 유지하고, 기도는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인데 이것들이 여태껏 따로 분리돼 오다 최근 서로 관련성이 있다는 걸 입증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는 것이다.
일본 내 유전자공학에 권위 있는 츠쿠바대학교 명예교수이자 과학자로 유명한 무라카미 카즈오 박사는 “만약 마음이 육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마음이 보다 고농도로 응축돼 있는 기도에도 분명 어떤 효과를 미치리라 생각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마음 편하게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기도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면 어떤 효과가 반드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기대해 본다.
요코야마 히데코 리포터
사진= 세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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