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도 16년 만에 재결성 됐다는 점과 밴드에서 큰 비중을 맡고 있는 보컬이 바뀌었다는 점 때문이겠지만 “오래된 올드카에 새로운 엔진을 얹어 튜닝한 느낌”이라는 대답이 나왔고, 신조음계 멤버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본격적인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엔진’ 이야기가 나오자 멤버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난 뒷바퀴다’, ‘난 내비게이션이다’, ‘난 라이트다’ 등등 각자가 맡을 파트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우연인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들이 열거한 파트 중에서 ‘브레이크’는 없었다.
▲ 예전 신조음계와 지금의 신조음계는 다르다
먼저 신조음계의 컴백과 관련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들의 컴백은 ‘응답하라 1994’와 전혀 무관하다는 점이다.
사실 1998년 정규 2집 ‘Review’이후 16년간 특별한 활동이 없었던 신조음계의 이름이 다시 알려지게 된 계기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이들의 히트곡 ‘나만의 꿈’이 삽입됐기 때문은 맞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4’의 방영 전부터 김관진을 비롯해 류성한, 이종섭 등은 신조음계의 컴백을 위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다.
김관진은 “종섭이 형은 드라마를 집에서 보다가 이야기를 해줘서 (‘나만의 꿈’이 삽인된 걸)알았다”라며 “그런데 우리는 2년 전부터 (컴백)준비를 해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반짝 인기에 일회성으로 팀이 뭉쳤다는 모양새가 안됐으면 좋겠다”라며 “그러기에는 포기한 게 너무 많다. 멀쩡히 각자 일을 하다가 신조음계를 다시 한다고 다들 가장의 역할을 많이 내려놨다”라고 드라마와는 전혀 별개로 컴백을 준비해 왔음을 확실히 했다.
우연찮게 앨범 발매시기가 비슷해지면서 발생한 오해이긴 하지만 이들의 새 앨범 ‘Revive’에 실린 12곡이 모두 직접 작사, 작곡, 편곡을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의 준비가 훨씬 전부터 진행돼 왔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의문은 굳이 신조음계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해야할 이유가 있었는지로 넘어간다. 베이시스트 류성환과 기타리스트 이종섭을 제외한 드러머 김관진, 보컬 강휘찬, 키보디스트 이환 등은 모두 이번 앨범에서 새롭게 영입된 멤버이기 때문이다.
신조음계의 컴백에 주도적인 역할을 김관진은 “예전의 신조음계와 지금의 신조음계는 그 뜻이 다르다. 예전의 신조음계가 새 신(新)의 신이었다면 지금의 신조음계는 신념의 신(信)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사실 류성한 같은 경우 이제 와서 신조음계의 이름을 다시 쓰는 것을 반대했다”라며 “요즘 트렌드에 맞는 두 글자 영어 이름을 짓자고 했었다. 그런데 결국 내놓은 것이 음계를 뺀 ‘신조’였다”라고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를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김관진은 “신념이라는 게 결국은 우리가 버리지 못한 밴드음악에 대한 신념이라는 것이다”라며 “거기에 세계로 나가보자는 의미를 담아 영어로 ‘SINZO EUMKE(실제로 앨범에는 신조음계가 모두 영어로 적혀있다)’라고 짓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 저스틴 비버 같은 보컬을 뽑고 싶었다
아무래도 밴드라고 하면 프론트맨인 보컬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신조음계도 새롭게 영입한 보컬 강휘찬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강휘찬의 목소리가 더해진 신조음계는 타이틀곡 ‘니손바래’는 물론이고 수록곡 모두가 다소 정제되지 않은 듯 하면서도 젊고 감각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새 엔진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의 독특한 목소리와 창법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
실제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오디션을 거쳐 영입한 강휘찬이지만 애초에 이들이 내세운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한 보컬은 아니었다고 한다.
신조음계의 멤버들이 원하던 보컬리스트의 조건은 의외로 잘생긴 외모와 큰 키 등 비주얼적인 부분이었다.
이에 김관진은 “음악하는 친구들이 정말 열심히 해도 대중들은 음악보다 외모지상주의가 있다. 거기에 한이 맺힌 게 있다”라고 씁쓸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애초에 보컬 오디션을 볼 때 사람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을 수 있는 꽃미남 스타일을 뽑으려했지만 결국은 음악적인 부분을 버리지 못해 강휘찬(애초에 생각했던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을 뿐 강휘찬이 못생겼다는 뜻은 아니다)을 영입하게 됐다.
재미있는 점은 신조음계의 새로운 보컬이 여고생이 될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오디션을 진행하던 도중 여고생이 후보로 있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했으나 그녀의 아버지가 ‘그래도 대학교는 가고 나서 하면 안되겠나’라고 만류하는 바람에 여고생 보컬의 영입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어 김관진은 “결과적으로는 음악적인 모습을 버리지 못해서 (휘찬을)영입하게 됐다”라며 “오디션을 보러온 친구들은 대부분 훈련된 목소리다. 그래서 오히려 음악적으로 맞지가 않았다. 하지만 휘찬은 목소리가 가요스럽지 않고 훈련이 안된 목소리였다”라고 그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신조음계의 멤버들의 설명에 의하면 강휘찬의 목소리는 임재범과 박완규, 정엽의 목소리를 합한 것 같은 느낌으로, 아직까지 자기 목소리를 완벽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일례로 홍콩 쇼케이스 이후 현지 관계자들과 함께한 뒤풀이자리에 가라오케가 있었고, 그곳에서 강휘찬이 임재범의 ‘고해’를 부르자 정작 쇼케이스 때는 나오지 않았던 앙코르 요청이 쏟아졌다는 웃지 못 할 일화도 있었다고 한다.
강휘찬은 “원래는 노래하는 스타일이 임재범을 좋아했고 그런 성향이 많았다”라며 “이번 녹음을 하면서 어떻게 불러야 만족할까 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연습을 많이 하고 최대한 생각하는 느낌에 맞게 했다”라고 신조음계의 새로운 보컬로서의 소감을 전했다.
물론 신조음계의 멤버들도 강휘찬에 대해 자신감과 믿음이 있다.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특이하고 매력있는 목소리라고 자신있게 밝힌 김관진은 “감성에 잘 젖고 호흡도 좋다. 기대가 많이 된다”라고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애초에 생각하던 기준과는 달랐다고 하니, 이들이 처음 생각한 보컬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증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김관진과 이환은 “‘니손바래’ 같은 경우 저스틴 비버같은 스타일이 맞겠다는 말이 있었다”라며 “약간 얍삽한데 가볍지 않은 느낌의 보컬을 원했었다”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상식의 틀을 깨는 작업을 하려 한다
앞서 말했듯이 신조음계는 국내는 물론 해외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홍콩에서 먼저 쇼케이스를 개최하기도한 이들은 10월15일 필리핀 마닐라에서의 쇼케이스도 준비하고 있다.
홍콩 쇼케이스에 대해 신조음계는 “홍콩에서 ‘한국에도 밴드가 있었냐’하는 말을 들었다”라며 “홍콩과 중국에 가면 우리나라 음악은 아이돌 댄스음악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럼 ‘너희가 원하는 게 화려한 퍼포먼스와 댄스, 잘생긴 아이돌을 원해서 이런 애들이 나오는 거다’라고 말한다. 그런 얘기할 때 힘들고, 그래서 더 (해외에)나가려고 애쓰고 있다. 이러다 정말로 댄스음악밖에 없어질 것 같다”라고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마닐라에서의 쇼케이스 역시 이 일환으로, 신조음계가 원하는 조건은 단 한가지이다.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소이다.
김관진은 “그렇다고 길거리나 시장통에서 하기는 원치 않고 음악을 들어줄 수 있는 공간에서 하고 싶다”라며 “대우를 받고싶다 그런 마인드는 전혀 없다. 다만 ‘들려주는 게’ 목적이다. 신조음계 음악이 아니라 밴드음악도 있다는 걸 들려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활동도 다양하게 기획, 구상하고 있다. 이미 류성한은 4집 앨범 작곡에도 들어갔다고 밝힌 이들은 “지금 우리는 한발 한발 순수한 마인드에서 음악으로 나가는 게 역할인 것 같다”라며 “버스킹이나 차량을 통한 이동식 공연 등도 이야기 하고 있다. 구제 밴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이게 벽을 허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라고 음악만을 위한 각오를 다졌다.
구체적으로 힙합이나 트로트 뮤지션과의 콜라보레이션이나, 외부소음과 관계없이 길거리에서 바로 레코딩을 하는 등 독특하고 상식의 틀을 깨는 작업들에 도전하겠다는 신조음계는 “사실 어떻게 보면 시도라고 할 수도 없는 자연스러운 것들도 지금에는 낯설게 느끼는 부분이 많다. 이런 것에서부터 우리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만들려고 한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꽤나 긴 시간동안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지만 신조음계가 다시 뭉치게 된 계기도, 또 새로운 앨범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결국 ‘음악’이다.
마지막으로 김관진은 “우리들의 음악적 향수를 그대로 가지고 가자는 것에 대한 고집과 자존심은 있다”라며 “음악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대이다. 우리나라가 음악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소장하고 소유하는 트렌드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진짜 신조음계가 바라는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알렸다.
최현정 기자 gagnrad@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