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보도로 드러난 산림조합중앙회 임직원의 고용세습 실태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임직원 20여명의 아버지나 장인 등이 상급 기관, 중앙회 등의 전·현직 간부로 확인됐다. 이들은 비정규직으로 특채된 뒤 기능직과 일반직으로 바뀌었다. 간부들이 앞장서 이런 부조리를 저지르니 투명한 조직을 만들 수 있겠는가. 부조리가 확대재생산될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부당한 방식으로 자리를 꿰찬 사람이 이들뿐인지, 산림조합중앙회가 이럴진대 다른 공공조직의 세습고용 실태는 또 어떠한지를 묻게 된다.
산림청 특별감사에서 특혜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자 장일환 산림조합중앙회 회장이 그제 사직했다. 장 회장의 사직으로 덮을 일이 아니다. 최근 5년간 산림조합중앙회와 지역 조합에서는 모두 672명의 특채가 이루어졌다.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 ‘검은 거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감사원 감사나 검·경의 수사 필요성도 있다.
국책 연구기관에서도 도덕적 해이는 확인된다. 국정감사 결과 한국행정연구원장은 명품 넥타이, 고가 향수 등 314만여원어치 물품을 법인카드로 샀다고 한다. 국토연구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농촌경제연구원의 직원들은 업무시간과 주말에 영화티켓을 법인카드로 사기도 했다. 그 횟수가 60차례를 넘는다. 국토연구원은 2010∼2014년 주점에서 321차례에 걸쳐 3851만3000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한다.
이들이 사용한 법인카드는 연구 사업과 업무 추진을 위해 지급된 카드였다. 국민의 세금을 쓰는 카드를 개인카드로 착각하지 않고서는 하기 힘든 행동이다. 공금을 쌈짓돈처럼 쓰니 공금을 절취하는 범죄행위에 진배없다. 그런데도 법인카드 부정사용과 관련해 신분상의 징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국정감사장에서 답변을 한 관련 기관장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웃음을 머금고 대답을 했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위아래, 안팎이 도덕적 해이에 물드는 것 아니겠는가. 기강은 또 얼마나 무너졌겠는가.
감사원은 전수조사를 벌여서라도 고용세습, 법인카드 부정사용과 같은 부조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둑이 무너지는 것은 작은 금이 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금 간 공공조직의 도덕적 해이는 이미 작지 않다. 만연한 부조리를 버려두고 무엇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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