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가치’ 싸고 본격 논쟁

가족의 가치에 대한 가톨릭 교리를 토론하기 위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가 5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개막한 것을 두고 미국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이같이 평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253명의 주교들이 19일까지 2주간 논의하게 될 ‘가정사목과 복음화’라는 주제에 피임, 낙태, 이혼, 동성결혼 등 각종 첨예한 사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쟁을 주도한 인물은 그동안 교회 개혁에 앞장선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그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이 왜 지속적으로 거부되고 무시당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해 신도들을 대상으로 전례없는 여론조사를 실시, 이번 주교 시노드의 논의 주제를 정했다.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 정부가 최근 산아제한을 위해 피임약 제공에 나선 사례에서 보듯이 교리와 현실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교황의 인식이다.
미사 중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영성체 의식을 이혼하거나 재혼한 신자에게도 허용할지는 이번 회의의 가장 격렬한 논쟁거리로 꼽힌다. 결혼을 ‘남녀의 신성한 결합’으로 간주하는 가톨릭은 교회의 혼인무효 결정 외에 세속적 방식의 이혼 자체를 불허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동성결혼, 동성부부 아기 세례 허용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교황 바오로 6세가 1968년 발표한 회칙을 통해 재확인한 피임 반대 입장을 두고도 격론이 예상된다.
이번 주교 시노드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참가자 대부분이 가정을 직접 꾸려본 경험이 없는 독신 남성이어서 교황청이 엄선한 가톨릭 부부 20쌍이 자신들의 경험을 들려주기 위해 참여한다. 바티칸 안팎에서는 가톨릭이 내년 정기총회를 앞두고 전통적 교리의 수정 여부를 결정할 중대 길목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일 첫 회의에서 “두려움 없는 솔직함으로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사랑의 마음으로 경청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바티칸라디오가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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