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력이 관건… 제시문간의 유기적 관련성 꼼꼼히 따져야

[논술 A to Z] 경기대 모의논술 분석

〈기출문제〉 문항 1. 제시문 〈나〉의 장자의 말을 바탕으로 〈가〉의 ‘사랑의 노래’를 지배하는 원리를 분석하고, 그것이 〈나〉의 매체 언어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서술하시오. (750±50자)
-2015 경기대 모의논술

<가>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고등학교 문학

<나>

장자(莊子)와 그 제자들이 산 속을 걸어가다가 큰 나무 한 그루를 보았는데, 가지와 잎이 무성한 큰 나무 그늘에서 나무꾼이 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나무꾼이 나무를 찍어서 넘어뜨릴 기색은 전혀 없었다.
“참 크고 좋은 나무인데, 어째서 찍어 넘어뜨려서 재목으로 쓰지 않소?”라고 장자가 나무꾼에게 물었다. 나무꾼은 “이 나무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소.”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였다.
장자가 이 말을 듣고 나서, 제자들에게 말했다. “잘 기억해 두게. 저 나무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기 때문에 저토록 크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이네. 아마도 말라죽을 때까지 살 것이야.”

―장자 <산목(山木)>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다>

―이제석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뿌린 대로 거두리라> 고등학교 문학

문항 2. 제시문 〈가〉의 유로존 위기의 실체를 〈나〉와 〈다〉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유로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라〉와 〈마〉를 참고하여 논술하시오. (750±50자)

〈가〉

유로존은 단일통화 창설, 즉 하나의 네트워크로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개별 국가의 은행 위기가 국가 채무 위기 및 유로존 전체의 위기와 분리될 수 없는 구조이다. 유로존 내 은행 간의 거래규모가 크기 때문에 유로존의 은행 위기가 주변국으로 전염되는 성격을 가진다. 유로존은 조약에 기반한 제도로서 초국가적이며 정부 간의 합의된 일련의 규칙에 기반하고 있다. …중략… 그러나 경제 상황이 다른 모든 국가에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발생한다. 독일의 경우 경제 상황이 원만하지만 이탈리아, 스페인의 경기는 침체를 보이는 상황 속에서 각 국가는 자국의 이해 중심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뉴스

〈나〉

도심의 사무실에서 주택지구로 가는 방법에 거리는 가깝지만 좁은 다리가 있는 도로 A와, 거리는 멀지만 넓은 고속도로가 있는 B의 두 가지가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모두 10대의 차량이 두 도로 중 하나를 선택하여 퇴근하는 상황이다. B고속도로는 넓지만 멀어서 한 대가 이용하든 10대가 이용하든 이동하는 데 10분이 걸린다. 그런데 A 도로는 가깝지만 좁은 다리를 통과해야 하므로 이동차량이 많을수록 오래 걸린다. 차량 1대가 이용하면 1분, 2대면 2분, 3대면 3분… 10대가 이용하면 10분이 걸린다고 가정하자.
가장 이상적인 것은 B로 5대가 이동하여 도합 50분(10분×5대)이 소요되고, 나머지 5대는 A 로 이동하여 25분(5분×5대)이 소요되는 경우다. …중략…
그런데 이 경우 A를 이용하는 차는 5분 걸리지만, B를 이용하는 차는 10분 걸려서 B로 다니는 사람들은 손해를 본다. 그래서 모두가 좁은 다리를 통과하는 A를 선택하는 경향이 생기게 되고, 그러면 총 소요시간은 10대가 10분씩이므로 도합 100분이 걸린다 .―혁신하라 한국경제

〈다〉

동네에서 돈을 모아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체육관을 하나 만들기로 하였다. 이때 시장 원리에 의하면 체육관이 생겼을 때 자주 이용할 사람들, 즉 체육관에 대한 수요가 큰 사람들은 돈을 많이 내고, 수요가 적은 사람들은 돈을 적게 내야 한다. 그런데 체육관에 대해 수요가 큰 사람들 중 일부가 자신은 돈을 안 내고 다른 사람들이 돈을 내서 만들어 놓은 체육관을 공짜로 이용할 속셈으로 실제보다 수요를 작게 말해 비용 부담을 거의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고등학교 경제

〈라〉

전국 최대 규모의 화장·납골 시설로 지난 1995년 에 건립되어 부산 지역의 화장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부산 00공원은 건립 과정에서는 애물단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부산시가 추진한 사업 중 보기 드문 역작으로 꼽힌다.
1993년 3월, 부산시가 시립 공원묘지 터 안에 00공원을 건립하기로 하고 기본 계획을 발표하자 인근 5개동 주민들은 강력한 반대 투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는 주민 대표들을 벽제 화장장과 일본의 첨단 화장 시설을 돌아보게 하는 한편, …중략… 주거 환경 침해와 재산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고가 도로를 새로 건설하였다. …후략… ―고등학교 정치

〈마〉

국제연합 사막화 방지 협약 사무국은 현재 사막화 면적을 아프리카 12억 8600만ha, 아시아 16억 7200만ha,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지역 5억 1300만ha로 파악하고 있다. …중략…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국가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연합 사막화 방지 협약 당사국 총회가 2001년부터 격년으로 열리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총 8000여ha에 걸쳐 조림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후략… ―고등학교 사회

경기대는 두 세트의 독립된 제시문에 딸린 두 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750자 내외의 글쓰기이기 때문에 요즘 대학들의 추세에도 부합하는 편이다. 문항당 2개의 소논제로 구성되어 있고, 설명형·분석형의 문제가 주를 이루나 비교문항이나 평가·대안논증과 같은 문항들도 출제된 적이 있어 모든 유형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교과서 속의 지문이나 문학작품, 그림이나 자료 등을 활용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제시문 자체의 정확한 독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간의 연결과 적용을 묻는 문항이 많으므로 결국 독해력이 경기대 논술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소논제가 복수로 구성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논제별로 어떻게 분량을 배분할지 계획을 잘 세워둬야 하고, 주어진 조건을 명시적으로 충족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정한 제시문을 참고하라는 ‘조건’이 들어가 있다면 반드시 해당 제시문에서부터 논리가 비롯되고 시작되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고득점이 가능하다.

김윤환 논술단기학교 대표강사·대치 아토즈논술 원장

◆제시문 분석

문항1에서 〈가〉는 ‘이별의 상황’을 드러내면서도 ‘희망’이 함께 들어가 있음을 파악해야 한다. 이별은 곧 만남을 의도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파악하고 무조건적인 이별의 아픔이 아닌 만남을 통한 희망의 메시지가 있음을 읽어내야 한다. 시의 분석에서는 시에 나오는 상징적인 어구나 시어를 적절히 소개하면서 해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는 장자의 대화를 통해 쓸모없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의 광고는 총을 겨눈 사진을 먼저 보여주고 첫 번째 이미지를 구부려서 총을 겨눈 군인의 총이 자신에게 향하게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누군가를 향한 총부리가 결국 자신을 향해 온다는 ‘역설’을 의미한다.

문항2에서 〈가〉는 유로존 위기가 전세계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 이는 한 국가에 특정된 현상과 문제가 아니라 유로존에 가입되어 있는 모든 국가가 연관된 것임을 보여준다. 이는 다양한 국가들의 이해관계의 차이에 의해 문제의 근원적 해결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나〉는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 집단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자발적인 노력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개별 국가는 자국의 이해와 이해를 위한 판단을 하기 때문에 공동 목표나 공동의 이해는 쉽게 실현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는 구성원들의 무임승차 성향 때문에 협동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 모두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서 자국만이 시간과 노력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라〉는 초국가적인 리더십의 필요성을, 〈마〉는 국제적 차원의 협력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논제 분석 및 답안의 방향

문항1에서는 ‘역설’이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나〉의 장자의 논리 구성이 역설의 논리에 기초하고 있음을 드러내야 한다. 또한 〈나〉를 바탕으로 〈가〉의 시가 ‘이별’이 ‘만남’이 되고 ‘슬픔’이 ‘희망’이 되는 역설적 시선을 보여줘야 한다. 제시문 〈다〉 역시 광고의 수사 원리가 기본적으로 역설에 의해 이뤄짐을 답안에 반영해야 한다. 사실상의 〈가〉, 〈나〉, 〈다〉의 요약이나 다름없지만, 주어진 조건에 맞춰 제시문 간의 연결과 적용이 적절히 이뤄져야 고득점이 가능하다.

문항2에서는 〈가〉의 유로존 위기가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유로존 전체 국가의 공동 문제임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나〉를 통해 〈가〉의 현상이 결국 ‘집단 공통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혀내야 한다. 또 〈다〉를 통해 무임승차 성향에 의한 개별 국가들의 소극성을 지적하고, 〈라〉를 통해 ‘초국가적인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마〉를 통해 국제적인 협력의 필요성과 협력적 네트워크의 형성이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라〉와 〈마〉를 참고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고 했으므로, 〈라〉와 〈마〉를 단순 요약하기보다는 대안의 구체성을 입증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이 드러나면 좋다.

김윤환 논술단기학교 대표강사·대치 아토즈논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