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로 손꼽히는 축제인 만큼 올해도 '좋은 영화' 좌석을 선점하기 위한 영화팬, 관계자들의 티켓 구매 경쟁이 치열하다.
1996년 1회를 시작으로 내년이면 20돌이 되는 부산국제영화제. 강산이 두 번 바뀐다는 긴 시간 동안 부침도 많았다. 아시아 곳곳의 숨어있는 걸작과 재주꾼들을 발굴해 세상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반면, 영화의 본질보다는 화려한 스타들의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친다는 지적도 많이 받아야 했다.
특히 여배우들의 과도한 레드카펫 드레스 노출 경쟁은 해마다 영화제 관계자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여배우들의 상식을 넘어선 노출 드레스 경쟁은 세계 영화인이 모인 축제의 장을 한낱 볼거리로 전락시키고 영화제의 본질마저 퇴색시킨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집행위 측은 올해만큼은 '초청작에 집중한 레드카펫', ''BIFF APAN 스타로드 블루카펫 폐지' 등을 내세워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초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집행위원장은 "일부 연예인들의 과도한 노출 패션으로 인해 레드카펫에서 대우 받고 주목 받아야 할 사람들(영화인, 게스트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면서 "그런 이슈들보다는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올해는 철저히 초청작 중심으로, 초청작과 관련된 영화인들만 초청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개막식 다음날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서 열렸던 스타로드 블루카펫 행사(포토월 행사)도 올해는 볼 수 없게 됐다. 관객이나 시민 입장에서는 가까이에서 많은 스타들의 얼굴과 패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쳐 아쉽지만, 영화제의 본분을 찾아나서겠다는 BIFF 측의 의도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이런 조처들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영화제가 시작돼봐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환영과 반가움을 표시하는 영화인들은 점점 늘고 있다.
올해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문소리는 "초청작들을 중심으로 그들에게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하니 그 어느 해보다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고, 개막식에 초청된 배우 정우성 역시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본분을 찾아가는 것 같아 기쁘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2일부터 11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 전당을 비롯한 부산 지역 7개 극장 등에서 펼쳐진다. 올해에는 세계 79개국 312편의 초청작과 프리미어 영화 132편이 부산을 찾는 관객들과 만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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