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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넘지 말아야할 선 앞에 서있는 인간의 위태로움

입력 : 2014-09-12 16:31:11 수정 : 2014-09-12 16: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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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웍스엔터테인먼트
사람이 살면서 넘지 말아야할 선과 지켜야할 도리를 앞에 두고 무너져 내릴때가 있다. 특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앞에서는 그러한 고민은 극에 달한다.

영화 '관계(감독 김명서)'는 넘지 말아야할 선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나약한 심리를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는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욕망 앞에 무너져 내리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브릿지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일본인 소녀 하루(토모다 아야카 분)는 결혼을 앞둔 약혼자가 자신의 친구와 격렬한 정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하루는 자신을 낳아준 한국인 엄마 수현(진혜경 분)을 찾아온다.

수현은 젊은 시절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서 정착하고 있다. 그는 정신과 의사 영웅(김경익 분)과 동거하면서 작은 바를 운영하며 손님들의 말동무가 되는 삶을 살고 있다. 매일 밤 술주정에 가까운 손님들의 넋두리를 들어주고 집에서는 자상한 영웅에게 위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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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자신을 찾아온 딸 하루를 영웅에게 맡긴다. 영웅은 자신의 친딸처럼 하루를 아끼며 치료해준다. 하루는 그런 영웅을 의지하게 되고, 영웅은 환자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자신의 욕망을 괴로워 한다. 결국 영웅은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빠져든다.

영화는 일본인 소녀 하루를 중심으로 자신의 친엄마인 수현과 엄마의 애인 영웅 사이에서 묘한 관계를 보여준다. 매일 정신이상자들을 상대하는 영웅과 손님들의 술주정을 들어주는 수현은 서로를 휴식의 자리로 이해한다. 섹스는 그러한 휴식을 입증하는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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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익은 매일 정신이상자들과의 상담으로 지쳐가는 영웅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진혜경 또한 매일 같은 일상에 지쳐가는 모습과 함께 중년의 나이라고 하기에는 젊은 나이임에도 관능미 넘치는 중년 여성의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무엇보다 유일한 일본인 배우인 토모다 아야카는 영화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했다. 애인의 배신으로 상처를 입은 연약한 소녀의 모습과 영웅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유혹의 화신, 그리고 영웅에 대한 호감과 엄마 수현에 대한 죄책감으로 갈등하는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토모다 아야카는 대사가 아닌 심리 변화를 표현함에 있어서 훌륭한 연기력을 보였다. 일본AV배우라는 편견을 지운다면 눈빛이나 표정으로 나타나는 심리 표현은 훌륭하다. 또한 과감한 노출 및 섹스 표현에 있어서도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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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본AV 작품을 통해 더 강도 높은 노출 및 섹스 연기를 했던 토모다 아야카이기에 '관계'에서 보여준 노출은 약해 보인다. 하지만 토모다 아야카의 나체가 보여주는 유혹은 AV에서 보여준 것보다 더 교묘하고 은밀하게 감정세포를 건드린다. 

일본과는 달리 섹스 표현이 쉽지 않은 한국 영화에서 일본AV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이 쉽지는않다. '관계'는 적어도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어떤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또한 넘지 말아야할 선 앞에 서있는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위태로운가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여창용 기자 ent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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