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0대 직장인 A씨는 회사 근처에 위치한 드러그스토어에서 수입과자를 자주 사먹는다. 굳이 대형마트까지 가지 않아도 이곳에서는 과자들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도 주변에 위치해 있지만 수입과자 특유의 짠 맛에 중독 돼 거의 매일 사먹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과자 봉지 뒷면에 적혀 있는 영양 성분을 보고 나트륨이 많다는 생각이 들지만 알면서도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된다”고 말했다.
#2. 30대 주부 B씨는 이른바 ‘커피과자’·‘홍차과자’로 불리는 벨기에 로투스 비스켓이나 이탈리아 로아커 웨하스를 즐겨 먹는다. 주로 수입과자 전문점이나 인터넷에서 제품을 구입한다는 B씨는 “요즘 국산과자 보다 수입과자가 더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해 애용한다”며 “국산 제품에는 없는 다양한 제품을 인터넷 등을 통해 한번에 여러 개를 구매해 놓고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3. 20대 대학생 C씨는 올 초부터 국산과자 대신 수입과자를 사먹고 있다.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하교길에 강남의 한 수입 과자 전문점을 들러 한 두 개씩 고르는 게 습관이 됐다. C씨는 “좋아하던 국산과자 가격이 대부분 올라 대체품을 고민하던 중 수입과자 전문점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며 “가격이 싸고 종류가 다양해 즐겨 찾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과자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일부 수입과자의 나트륨함량이 높아 소비자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올리브영이나 왓슨스 등 드러그스토어에서 손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수입과자의 나트륨 포함량은 국내 제과업체 과자들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립식품에서 수입하는 스나이더 허니머스타드는 한 봉지 58.8g에 나트륨이 530㎎이 포함돼 있다. 한국 마즈에서 들여오는 콤보스 체다 치즈 크래커는 한 봉지가 48.2g이지만 나트륨 양은 530㎎로 같다. 나트륨 530㎎은 1일 영양소 기준치 27%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본 수입과자 베이비 스타라멘 치킨맛은 1회 제공량 35g 중에서 348.6㎎의 나트륨을 포함하고 있다. 보통 한 번 뜯으면 한 봉지를 다 먹게 되기 때문에 이 과자를 한 번에 다 먹으면 나트륨을 1045.8㎎을 섭취하는 셈이다.
이밖에도 필리핀산 과자인 치즈볼은 100g당 나트륨 함량이 1267㎎, 미국산 브림스 어니언링 스낵은 1179㎎, 이탈리아 과자인 쏠티드 크래커도 1111㎎의 나트륨이 함유돼 있다.
◆ 자극적인 맛의 수입과자, 대부분 나트륨함량 높아
반면 국내 제과업체의 경우 ▲농심 자갈치가 1회 제공량 34g당 나트륨 160㎎ ▲오리온 오징어땅콩은 30g당 90㎎ ▲해태제과 자가비 버터간장맛은 40g당 140㎎ ▲롯데제과 제크는 50g당 140㎎▲빙그레 꽃게랑 오리지널은 767㎎의 나트륨을 함유하고 있다.
1회 제공량은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으로 한 봉지 제공량은 실제 더 높다. 그러나 한 봉지 전체로 따져 봐도 수입과자의 나트륨 함유량은 높은 실정이다.
농심 자갈치의 경우 1회 제공량은 실제 한 봉지의 2분의 1수준이므로, 전체 1봉지 68g으로 볼 때 포함된 나트륨의 양은 320㎎이다. 오리온 오징어 땅콩도 한 봉지 전체를 다 먹어도 270㎎ 나트륨을 섭취하는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과자는 자극적인 맛을 내는 게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산과자 보다 나트륨 함량이 더 높다”며 “과자 등 일반 스낵 제조에 특별히 나트륨 제한 규정은 없지만, 세계보건기구 권장 섭취량 하루 2000㎎으로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과자에 포화지방이나 나트륨이 많이 들어있는 경우 비만이나 고혈압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소비자들 국산과자 외면하는 까닭은
하지만 최근 과대포장 논란에 가격인상까지 겹치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과자를 점점 외면하고 있다. 대신 소비자들은 최근 판매처가 급격히 늘어나는 외국과자에 열광하고 있는 추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마트의 국산과자 매출 신장률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9%나 떨어졌다. 반면 수입과자는 매출이 5.6%나 늘어날 정도로 인기다. 수입과자에 대한 수요가 늘자 이마트는 2010년 첫선을 보인 덴마크 로얄단스크 쿠기 종류를 최근 8가지로 늘렸다. 또 캔디와 초콜릿 등 다양한 상품으로 과자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과자 수입국도 기존 미국과 일본 중심에서 벗어나, 스웨덴이나 네덜란드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롯데마트도 올 5월까지 수입과자의 매출 신장률이 11.9% 늘었지만 국산 과자 매출은 9.8%나 줄었다. 전체 과자 중 수입과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9년 7.5%, 2011년 14.3%를 기록했고 올해는 5월까지 26.7%까지 치솟았다.
◆ ‘수입과자의 무한 질주’ 어디까지?
이 같은 수입과자의 질주는 소비자 불신을 자초한 국내 제과업계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컨슈머리서치가 최근 국내 과자 20종의 포장비율을 조사한 결과, 포장상자 부피에서 과자가 차지한 비율이 16.8%에 그칠 정도로 과대포장된 경우도 있었다. 또 조사 대상 20개 가운데 17개가 과자 상자 중 빈 공간 비율이 50%를 넘었다.
이들 과자는 낱개포장과 질소포장, 완충재, 받침접시(트레이)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소비자를 현혹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 제과업계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일제히 가격인상을 단행하면서 소비자들의 반발 심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과자에 낀 거품을 서둘러 제거하지 않으면 외국 과자의 잠식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품질이나 서비스 혁신 없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면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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