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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에서 계몽주의까지 ‘톨레랑스’ 변천사

입력 : 2014-09-05 19:57:12 수정 : 2014-09-05 19: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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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의 역사/김응종 지음/푸른역사/2만5000원
관용의 역사/김응종 지음/푸른역사/2만5000원


1995년 언론인 홍세화씨가 펴낸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라는 책이 우리 사회에 ‘톨레랑스’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관용’이라는 뜻의 낯선 프랑스어 단어가 이제는 한국인 대다수가 아는 친숙한 낱말이 됐다.

책은 서양의 르네상스 시기부터 계몽주의 시대까지 관용이란 개념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고찰한다. 저자에 따르면 서양사에서 관용이 처음 주목을 받은 건 종교전쟁이 한창이던 16세기 중반이다. 그때 관용은 말 그대로 ‘용인하다’라는 의미였다. 가톨릭과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용인하고 허용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유럽 전역이 구교와 신교로 갈라져 싸우던 시절 관용은 평화 정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었다.

저자는 가톨릭을 부정하며 종교개혁을 이끈 독일 신학자 루터에 비판적이다. 루터는 가톨릭에 대항해 양심의 자유를 주장했으나, 정작 타인에겐 양심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자신이 해석하는 기독교의 모습이 절대적으로 옳으며 구원의 길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책은 “루터는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가톨릭 교회와 다르지 않았다”며 “세간의 인식과 달리 관용의 역사에서 루터의 기여는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평가절하한다.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을 휩쓸며 비로소 인류는 관용의 가치에 눈을 떴다. 로크, 몽테스키외, 볼테르, 루소 등이 자유주의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하면서 자신의 자유 못지않게 남의 자유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뿌리를 내렸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관용의 정신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거치며 확고히 자리를 잡는다.

최근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말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 사람들이 꼭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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