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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특전사 참사는 교훈 망각한 軍의 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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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04 19:45:23 수정 : 2014-09-04 21: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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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 집결지가 어딘지 날래 불라우!” “나는 모른다.”

2002년 3월 ROTC(학군사관) 장교로 임관한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전남 장성의 상무대에서 OBC(초등군사교육반) 교육을 받던 선배들은 외박을 나와 다들 상무대에서 받았던 유격 훈련, 그중에서도 ‘고문’받은 경험을 무용담처럼 털어놨다. 선배들은 야간 행군 도중에 만난 북한군에게 잡혀 ‘포로수용소’로 끌려갔다. 유격 교관과 조교들이 북한군 복장과 말투를 사용하고 실제 포로수용소처럼 꾸며진 곳에서 고문을 받았다. 선배들이 받았다는 고문의 수위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야구방망이로 발바닥 맞기, 고춧가루물 얼굴에 붓기, 사지를 묶어 공중으로 올리기, 주리틀기, 전기고문…. 고문 과정에선 집결지와 작전 임무를 집중적으로 추궁당하는데 이를 발설할 경우에는 ‘고문의 끝’을 보게 된다.

고문당하는 훈련은 초급장교로서 극한 상황을 견디고 인내력의 한계도 겪게 하면서 보안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차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선배는 이 훈련을 받다가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훈련의 취지를 떠나 고문의 정도와 수위, 안전대책 등을 명확히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훈련은 중단됐고, 지금까지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충북 증평군에 있는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 부대에서 하사 2명이 포로체험 훈련 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포로로 붙잡힌 상황을 가정해 무릎을 꿇고 팔을 뒤로 결박당한 채 머리에 통풍이 잘 안 되는 천 주머니를 쓰고 1시간 이상을 버티는 훈련을 받다 변을 당했다. 정황상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전에 “살려달라”는 외침도 있었지만 통제관과 지원요원들은 훈련 상황으로 판단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육군은 사고 원인이 규명되고 안전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특전사의 포로체험 훈련을 중단하기로 했다.

부대의 특성상, 교육훈련 목적상 군에는 고강도 훈련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군은 훈련 시스템 전반에 대한 명확한 매뉴얼과 강력한 안전대책으로 뜻하지 않은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도 군은 매번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나서야 뒷북을 치고 있다. 상무대 고문 훈련의 교훈을 망각한 군의 불찰이 특전사 포로체험 요원 사망이라는 참사로 이어진 셈이다. 

김선영 외교안보부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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