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우주 보낸 위스키 맛 궁금 우주에서 불이 난다면? 이 위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나사(NASA·미항공우주국)에서 불이 무중력 환경에서 어떤 모습으로 타오르는지에 대해 흥미로운 연소실험연구가 수행됐다.
우주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인공위성 및 우주정거장 등에서 다양한 종류의 과학 실험이 수행됐다. 예를 들어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콩과 감자 등 우주 식물의 재배가 시도됐다. 또한 무중력 상태에서의 생체 내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최초의 ‘우주개’ 라이카부터 시작해 원숭이, 쥐, 귀뚜라미, 개구리, 뱀, 물고기, 도롱뇽, 달팽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도 실험의 대상이 됐다.
우주의 무중력 환경은 지구상의 비행기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 우주비행사들도 훈련을 받을 때에는 자유낙하를 하는 비행기 안에서 무중력을 경험한다. 비행기가 높은 고도로 상승한 후 엔진을 끄고 자유낙하하면 20여 초 동안 무중력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SF(Science Fiction)영화 ‘아폴로13호’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아폴로 우주선 내 무중력 장면을 촬영했다고 한다. 나사는 미 공군이 공중급유기로 사용하는 KC-235기를 개조한 무중력실험기를 사용한다. 사실 무중력의 경험이 꼭 기분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이 비행기는 ‘구토혜성(Vomit Comet)’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한다.
우주의 무중력 환경에서는 간단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수행해 볼 수 있다. 우주에서 불은 어떻게 피어오를까? 최근 나사의 유체연소미세중력 연구실이 KC-235기에서 우주 유사환경하의 불꽃 실험을 수행했다.
지구상에서는 성냥불, 촛불, 모닥불, 화재 등 불꽃 모양이 모든 사람에게 익숙하다. 예를 들어 촛불은 중력의 영향으로 그 모양이 눈물방울 모습이며 그을음이 불꽃 끝까지 전달돼 약간 노란색을 띤다. 하지만 우주에서 촛불의 모습은 달라진다. 중력의 힘을 받지 않아 촛불의 모습은 둥글고, 그을음도 없어 파란색을 띠게 된다.
무중력과 공기 흐름의 변화는 불꽃의 모양과 온도, 그리고 연소 속도와 진화 가능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 연소 기작과 과정을 잘 이해해야 우주정거장 등 우주 환경에서의 화재위험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한편 우주연소는 그 자체로 자연계에서의 복잡성의 발현과 이해에 새로운 직관을 제공하기도 한다.
![]() |
김승환 포스텍 교수·아태이론물리센터 소장 |
사람들의 호기심은 정말 끝이 없는 듯하다. 최근 우주에서 흥미로운 위스키 실험이 수행됐다. 3년 전 지구궤도로 올라간 스모키향의 스코틀랜드산 알드벡 ‘우주 위스키’가 다음주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의 나노락스 연구기관의 연구팀은 이 싱글 몰트 위스키를 지구상에 보관된 것과 비교해 우주의 무중력 환경이 어떻게 위스키 맛과 향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연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노력이 위스키 숙성과정에 새로운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지 자못 그 맛이 기대된다.
한 민간우주개발회사인 버진갤럭틱이 약 110㎞ 상공까지 올라 5∼6분간 무중력상태로 지구를 바라볼 수 있는 우주관광상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의미 있는 실험을 수행하긴 힘들지만 놀이공원의 자이로드롭 또는 엘리베이터 등 생활 속에서도 우리는 무중력을 잠깐씩 경험할 수 있다. 독자들은 무중력 환경을 접할 기회가 주어지면 어떤 실험을 제일 먼저 해보고 싶을까.
김승환 포스텍 교수·아태이론물리센터 소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