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필요하면 누구든 돕는다”… 세계위험지역서 ‘진료 헌신’
‘석탄 광산의 카나리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국제 인도주의 의료구호 비정부기구(NGO)인 국경없는 의사회(MSF·이하 의사회)를 두고 한 말이다. 광부들이 갱도의 유독가스 위험을 알아보는 데 썼던 새 카나리아처럼 의사회 소속 활동가들이 분쟁 최일선에서 목격한 폭력과 소외, 불평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 활동가는 국제사회가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위험하고 가난한 국가들에서 다양한 의료 지원을 통해 생명을 살리고 이에 대한 관심과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FP는 “의사회는 1971년 설립 이래 불의와 정부 주도의 폭력·개발의 그늘에 맞서 싸웠다”고 호평했다.
◆언제, 어디든 달려가 의료활동
최근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서아프리카 4개국에서 142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들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진의 상황도 암담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6일 서아프리카 에볼라 창궐 사태로 의료진 240여명이 감염되고 이 가운데 12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가운데 의사회 활동가들은 치사율 50∼60%에 달하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니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활동 중인 인원만 1086명이다.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나이지리아에서는 보건 당국에 자문을 지원하고 있다. 조안 리우 회장은 최근 “에볼라 확산을 막으려면 서구 국가들이 더 많은 의료진을 발병 지역에 파견해야 한다”며 “WHO가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조정하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볼라 사태에서 보듯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아무런 조건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최근 공개된 ‘2013 국제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의사회 소속 3만2539명이 67개국에서 환자 950만6800명을 돌봤다. 계속된 내전과 경제 침체로 생활환경이 심각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7800만유로(약 1048억원)를 투입해 가장 큰 규모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들은 말라리아 환자 187만1200명과 에이즈바이러스(HIV) 환자 34만1600명을 치료했고, 전 세계 249만7250명을 대상으로 홍역 예방접종도 실시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북한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2012년 14년 만에 평안남도 안주에서 활동을 재개했다. 1996년 서울평화상을 받은 것도 전년도 북한 수해현장에서 세계 NGO로는 유일하게 구호 활동을 벌인 덕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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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 의사가 기니 코나크리의 동카 병원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 치료를 위해 보호장비를 작용하고 있다.© AFP=뉴스1 |
하지만 이들이 세계 어디에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아시아에서 활동 중인 과격 무장단체들이 이들에게 가장 적대적이다. 공격과 납치는 물론이고 살인까지 자행한다. 지난 22년간 소말리아에서만 의사회 소속 활동가 16명이 숨을 거뒀다. 지난해 8월 소말리아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같은 해 6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각국 정부의 냉대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미얀마는 무슬림인 로힝야족을 고용했다는 이유 등으로 이들을 추방 조치했다. 미얀마 정부는 이내 이 같은 조치를 철회했지만 로힝야족과 불교도 간 분쟁지역인 라카인주에서는 여전히 의사회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소말리아 정부는 무장단체의 공격을 묵인하기 일쑤였고 때로는 이들과 공모해 의사회를 공격하기도 했다.
주간지 시사인의 김영미 국제분쟁 전문 편집위원은 “소말리아에서 활동하는 의료진은 환자들의 병이 아니라 소말리아의 관습과 문화, 사람들과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저개발 국가에선 외국 의료진에 대한 공포와 반감, 불신이 넘어야 할 산이란 설명이다.
의사회 측은 활동가들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에 따르면 모든 활동가는 투입 전 기본적인 보안·안전 훈련을 받으며 의사회가 벌이는 모든 활동은 현지 보안 계획에 따라 이뤄진다. 이 계획에는 현지 갈등 당사자들에게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와 도움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어느 쪽이든 가리지 않고 돕는다는 ‘중립성’ 원칙을 설명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지 정부나 무장단체의 신병 보호는 요청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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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티 강진 현장에서 여성의 혈압을 재는 국경없는 의사회 의사. AFP |
2년째 남수단에서 활동 중인 간호사 이영수(47·여)씨는 “살릴 수 없었던 몇몇 환자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지만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고 회복했다”며 “뭔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영미 위원은 “분쟁지역을 취재하며 국경없는 의사회가 가장 유익한 NGO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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