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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클라센 그림/맥 바넷 글/서남희 옮김/시공주니어/1만1000원 |
삽 한 자루씩 든 샘과 데이브,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두 친구는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아낼 때까지” 땅을 파기로 한다. 우물이 나올 만큼 깊숙이 파 들어간다. 아무리 파도 흙밖에 없다. 둘은 무작정 밑으로만 파지 않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파보기로 한다.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은 나타나지 않는다. 지친 둘은 잠깐 쉬기로 하고 까무룩 잠에 떨어진다.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로 2013년 콜더컷, 2014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받은 존 클라센이 그림을 그리고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로 2012년 보스턴 글로브혼북 상, 2013년 칼데콧 아너 상을 받은 맥 바넷이 글을 쓴 책이다. 기획에서 제작까지 5년에 걸쳐 완성했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림 역시 장식 없이 깔끔하다. 직설적으로 웅변하는 거창한 메시지는 없다. 여기에 두 작가의 매력이 있다. 일일이 가르치고 규정짓기보다 단순한 이야기 속에 읽는 이가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를 남겨둔다. 그림과 함께 보면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그림을 들여다보면, 두 친구는 매번 땅속에 묻힌 다이아몬드만 절묘하게 피해서 땅을 판다. ‘빗나간 삽질’에 안타까움을 느낄지 교훈을 느낄지는 독자 몫이다. 강아지가 땅을 파내는 바람에 잠들었던 두 친구는 아래로 쭉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털썩 내려앉은 곳은 집 근처. 둘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졌어”라고 흡족해한다. 땅을 파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보석을 찾아낸 결과보다 과정 자체인 것이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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