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투린대의 페르디난도 아르차렐로(사진) 교수는 “탐정소설을 읽으며 추리하듯 수학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아르차렐로 교수는 유럽수학교육연구협회(ERME) 전임 회장이자 현 세계수학교육위원회(ICMI) 회장이다. ATCM과 ICM 참석차 한국에 방문한 그를 지난 14일 ICM 행사장인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만났다.
아르차렐로 교수는 한국 수학교육에 대한 느낌을 묻자 “한국 교육은 교사가 지시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아마도 유교적인 영향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암기도 수학을 배우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추론은 더욱 중요하죠. 수학이란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과목이니까요.”
아르차렐로 교수는 ‘특정 교육방식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가르친다는 것은 문화적 요소와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탈리아 수학교육은 토론이 기반이라고 했다. ‘토론식 수학교육’이 어떤 것인지 언뜻 감이 오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는 기자에게 그는 “문제를 놓고 학생들끼리 서로 대답하고 토론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에는 한 개 이상의 솔루션이 있기 마련입니다. A라는 학생과 B라는 학생이 서로 다른 솔루션을 말했다면 교사는 그 자리에서 바로 누가 옳고 그른지 개입하지 말고, 서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지켜봅니다. 그렇게 스스로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것이죠. 이런 시스템이 자리 잡으려면 장기 프로젝트가 필요하고, 그걸 이끌 수 있는 교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는 수학과 탐정소설을 읽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어떤 상황이 주어지고, 그걸 들여다보고,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는다는 점에서 둘은 근본적으로 같다는 것이다.
각국 학생들의 학업을 비교할 때 쓰이는 대표적인 자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성취도평가(PISA)가 있다. 지난해 발표된 PISA 결과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수학 부문 성취도 1위, 흥미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은 대체로 성취도는 낮지만 흥미도는 높게 나타났다. ‘괴롭게 배우지만 결과가 좋은 것’과 ‘즐겁게 배우지만 결과가 나쁜 것’ 아르차렐로 교수는 어느 편을 지지할까.
한참을 고심하던 그는 “결국 나라의 교육 목표가 무엇이냐에 달린 게 아닐까”라고 답했다. 그는 “PISA의 성취도와 경제 발전은 실제로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PISA에서 1등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해 자살을 할 정도라면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취도와 행복도를 모두 고려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냉전시대 동독은 스포츠에서 매우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았죠. 이게 한국이 원하는 모습은 아닐 겁니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한국 학생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에게 짧고 굵은 한마디를 전했다. “학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세요. 그 안에 답이 있습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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